만고불변의 진리|장세헌<서울대 문리대 교수·화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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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는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우리는 대개 이 사실을 만고불변의 진리로 생각하고 조금도 의심치 아니한다, 그러나 과연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일까? 「프토레마이오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사실을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돌고있는 증거로 삼았으나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같은 이들은 이것이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흔히들 과학의 여러 법칙이나 원리, 예컨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같은 것들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믿고있고 따라서 과학자들이 말하는 사실은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 하려든다.
그러나 얄궂게도 현대의 과학자들 그 자신은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믿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이 순간에라도 어떤 천변지리의 사태가 일어나서 지구가 그의 궤도를 벗어날지도 모르고 또는 우리가 아직까지는 알지 못하는 어떤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 지금까지의 궤도를 거꾸로 돌아 해가 서로 떠서 동으로 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 점에 대해서 현대 과학자들의 해답은 다음과 같다.
즉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도로서는 내일도, 아니 앞으로 적어도 몇 만년 후까지도 해는 동에서 떠서 서로 질 것으로 믿어졌다. 우리가 아직 모르고있는 어떤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과학자들은 아무 것도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비록 선배 대가가 이룩해 놓은 대업적이라 할지라도 여기에 끊임없는 의심의 눈길을 돌리고 이것에 어긋나는 새로운 사실이 없나를 살피고 있다.
기존법칙이나 이론에 어긋나는 사실이 발견되면 예전의 이론이나 법칙은 지체없이 수정을 받거나 또는 폐기 당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천년 이상을 지배해 내려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절대권리가 「갈릴레오」의 도전으로 여지없이 무너진 이래 「뉴턴」에 의해 고전역학이 이룩되자 모든 사람은 이것을 절대 진리로 믿어왔으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와 원자 안의 세계와 같은 미세 세계에서는「뉴턴」역학이 그대로는 성립되지 않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상대성 원리도 최근에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있다. 즉 「아인슈타인」이론의 기본가정인 진공중에서의 빛의 속도를 넘어서는 속도로 운동하는 물체는 있을 수 없다는 전제에 도전하여,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타키온」이란 새로운 입자의 존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상대성이론 뿐만 아니라 현대 물리학 전체에 큰 수술을 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즉 현대물리학의 가장 기본된 법칙의 하나인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는 운동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인데, 이「타키온」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 「에너지」가 속도에 반비례하여 감소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16세기 영국의 유명한 물리학자 「보일」은 그의 책이름에다 『의심 많은 과학자』란 표제를 붙였다. 과학자들의 이 의심 많은 생각이 현대과학 발전의 추진력이 되고 원동력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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