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라고 술타령·노름판 벌여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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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월이 지나게 되면 농촌은 농한기로 접어든 듯. 한해 땀을 흘려 지은 농사가 끝난지라, 자연 마음이 풀려지기 쉽다.
따라서 농촌 젊은이들은 할 일이 없어 서성거리기 마련이다.
나마다의 따분함에 지친 나머지 막걸리 타령이나 심지어 노름판을 벌여 놓기도 쉽다.
사실 해마다 겨울철의 농촌엔 이러한 노름이 점차로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쯤 되니 우선 정신면의 타락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땀 흘려 농사로 모은 돈을 몽땅 잃어버리는 비극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될 농민이 농한기라고 해서 그냥 놀아야되고 노름만의 비극까지 자초하면서 한겨울을 보낸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노릇이다. 부모들이 아무리 타일러 보아도 결국 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촌의 사정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모저모로 영세화해 가는 농촌사정으로서는 이러한 겨울철의 악순환 탓으로 더욱 타격을 받고 있다.
비록 농한기일 망정, 농촌 젊은이들에게 부지런하게 일하는 마음을 그대로 간직해 줄 수 있는 방책은 없을 것인가.
하기야 방안에 들어앉아서 새끼를 꼬든지, 가마니를 짜든지, 책을 읽든지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요즘 농촌 젊은이들은 좀처럼 하려들지 않는다.
세태의 영향이라고 할까, 어쩐지 부지런한 마음이 희박해지는 풍조에 휩쓸려 있는 것 같다. 위정 당국에선 이러한 실태를 고려하여 겨울철에도 부지런한 마음-즉 근로정신을 진작케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지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농촌 젊은이들도 농한기에 탈선함이 없이 근로정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 누구나 한번 조용히 생각해 보자. <경북 영주군 이산면·우농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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