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공정위는 그간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적잖은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분(공정위안: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지난 12일 새누리당과 공정위 간의 당정협의에서 공정위는 원안 고수를 주장했다. 규제 예외 대상도 ‘정상 거래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면서 연간 거래금액 50억원 미만’으로 고수해왔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에선 “우리가 봐도 시행령을 손봐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규제 대상이 광범위하고 모호한 표현이 많아 공정위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새누리당 소속 정무위원들의 23일 비공개 회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공정위=경제민주화의 선봉, 새누리당=반대 집단’으로 비치는 프레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한다. 예외 조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수였다. 그러나 김용태 의원 등 일부 의원이 “공정위 안대로 시행령이 바뀔 경우 기업의 경제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총수 지분율을 상장사 40%, 비상장사 30%로 완화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공정위에 명분을 줘야 하는 만큼 20~30% 안은 수용하되 각론에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에 대해선 당 지도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애초 입법 취지가 크게 후퇴되면 안 되기 때문에 큰 방향에선 옳다”며 “다만 특히 반발이 큰 중소기업들을 위해선 세법 개정안을 통해 어느 정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법 적용 예외 조항을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연간 거래금액 50억원 미만’이던 규제 예외 대상을 ‘분기별 거래금액 50억원(연간 200억원) 미만’으로 완화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새누리당의 공식 요청이 오면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세종=최준호 기자, 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