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통사고 사망률 줄일 '시속 30㎞ 존' 설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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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의 고속도로와 국도 수준은 세계적인데도 한 해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0만 명당 11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2010년 기준). OECD 평균인 70명의 1.6배를 넘는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본지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도시 주거지 주변에 있는 폭 9m 미만의 좁은 생활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많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의 경우 교통사고 사망자 5329명의 과반수인 3093명(57.4%)이 바로 이 생활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도로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는 핵심으로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동차 운행 속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다. 자동차와 부딪친 보행자의 사망률은 차량 운행속도가 시속 32㎞일 경우 5% 정도지만 시속 64㎞일 경우 85%로 급격히 높아진다는 영국 교통부 자료가 이를 잘 말해준다. 유럽 선진국들은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도시 지역에 ‘차량 시속 30㎞ 운행구역(존)’을 설치해 운영한다. 한국도 주택가의 좁은 생활도로 전체 구간을 시속 30㎞ 존으로 지정해 운전자들에게는 저속 운전을, 보행자들에게는 안전 보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학교 주변 일부 도로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해 차량 운행속도가 시속 3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어린이·노인 등 교통 약자가 많이 지나다니는 생활도로 전체로 확대하면 교통사고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로 구조와 교통 소통 환경개선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주거지의 위험 구간을 정비하고, 골목길은 가능하면 일방통행로로 지정해 사람과 차량이 서로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지날 수 있게 하는 등 노력이 절실하다. 아예 지자체마다 시기별 교통사고 발생률·사망률을 알리도록 해 단체장의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방안도 도입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