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템즈」강이 소생했다.|영 신문·시민들이 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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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런던=박중희 특파원】강물에서 물고기가 잡혔다는 망연한 사실이 영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거리로 등장하여 화제에 오르고 있다. 런던 한복판을 흐르는 「템즈」강에 물고기가 출현한 것이다.
『물에 가야 고기를 잡는다』는 말과는 달리 물고기 씨까지 말라 버릴 정도로 더럽혀 졌던 강물, 심지어 『만일 사람이 강물에 빠지면 익사하기 전에 썩어 죽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오염됐던 이 강에 올 들어 20년만에 처음으로, 그것도 40종류나 되는 물고기가 나타났다니 영국 사람들이 떠들썩한 것도 별로 이상스러울게 없을 것 같다.
런던의 한 신문은 『죽었던 강이 다시 소생했다』고 기뻐하는 한편 이것은 「런던」시를 비롯한 관계 당국의 꾸준한 노력 때문이라고 치하했다. 실세로 『죽었던 강이 소생』한 것은 영국 사람들이 세계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해 문제, 생활 환경의 정화나 보존 문제에 남다른 관심과 적극적 대책을 취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영국 정부가 금년 들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성이란 생소한 성을 내각의 일부로 구성한 것을 보더라도 영국이 얼마만큼 공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초대 장관에 임명된 「피터·워커」씨는 38세의 젊은 나이지만 보수당 안의 실권자 중의 하나라는 것을 보더라도 이 성에 두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영국 왕실의 왕위 계승자인 찰즈 황태자도 공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최근 런던에서의 한 회의석상에서 『농업을 비롯한 모든 공업의 기계화, 현대 산업 기술의 발전이 아무리 눈부시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 인간다운 생활 양식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우리는 그것을 참다운 뜻의 진보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재기했다.
이것은 공해 문제에 대한 영국 사람들의 생각을 정확히 대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런던」시만도 20년간 이 방면에 써온 예산만도 약 5천만 달러.
한편 「템즈」강으로 흘러드는 일반 하수와 산업 시설의 배수를 모두 화학적으로 처리, 유독성 물이 강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법률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기동 수상 감시반을 두고 매년 최하 2백 회에 걸쳐 「템즈」강 물의 표본을 떠서 검사하고 그 결과 위반자가 발각되면 형사 책임까지 묻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이를 위반해서 입건된 것은 매년 1백 건, 그중 1할 가량의 피고가 벌금형 또는 실형을 받아왔다.
이보다 앞서 56년부터 「런던」시내에서는 연기를 내는 연료는 일체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정해 놓아 지금 「런던」에서는 콩죽같이 짙어서 『콩죽 안개』(pea souper)라고까지 불리던 『런던 명물』안개가 사라져버려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간혹 섭섭하다고까지 말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 요즈음 영국 사람들이 흔히 주장하는 『생활의 질적인 향상』은 이제까지 모두 해온 물질적 생활의 충족에서 눈을 돌려 인간의 정서 생활에의 추구를 말하는 것이다.
단순한 건강 면을 생각한 공해 문제도 중요한 것이지만 정서적 생활의 영위 또한 절실하다는 것을 인식한 영국 사람들의 노력은 이렇게 철저했다.
따라서 「템즈」강에 물고기가 되돌아 왔다는 것에서 영국 사람들은 건강 면의 생활 환경 개선보다 정서면의 생활 환경 개선의 서광을 발견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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