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부지런한 손」특상 수상자|한원길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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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사원이 마련한 제1회「부지런한 손」포상자 12명중에 최고장인 특상에 뽑힌 한원길 여사 (43·종로5가 동장 이두용씨 부인)는 수상소식을 듣고『평소와는 달리 일할 시간인데도 한복을 차려 입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지난 5년 동안 새벽5시에 시작하면 밤10시가 지나야 끝나는 하루의 일과를 위해 줄곧 손수 지은 작업복 바지만을 입어왔다는 것이다.
한 여사는 공무원인 남편을 도와 함석, 냉장고 등을 제작하는「장안 공업사」를 손수 운영하는 한편 여성 저축 생활 중앙회와 대한 적십자사 부녀부 봉사대의 공적인 활동까지 한「부지런한 손」이다.
평양에서 나서 그곳 정진여고를 마치고, 곧 결혼하여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왔으나 6·25동란으로 월남한 뒤로는 심한 생활난에 부딪쳤다. 부군은 당시 경관으로 취직하였으나 두 아들 (ROTC중위의 성춘, 고등학교 3년 생 동춘 군)과 더불어 끼니를 거르는 날도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예품 보따리 장사『3년간의 장사는 견딜 수 없는 어려움을 느끼게 했지만 결국은「나의 힘」의 발견과 경제적 자립을 가져다주었다』
한 여사는 지난날의 어려움이 오늘의 힘을 길러 주었다고 말한다. 그후 살림이 펴나자 당구장 영업을 거쳐, 종로5가에 대지를 사게 된 것이 오늘의 「장안 공업사」를 갖게 된 동기였다.『어려서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즐거웠어요. 항상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희망이었구요.』매주 일요일에 교회를 찾는 일 이외에는 거의 외출이 없는 독실한 장로교 신자인 한 여사는 「장안 공업사」를 차린 65년 이후 함석구입에서부터 재단, 마름질, 납땜,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맡아본다. 기술 보다 오히려 더 빨리 못을 박고 적은 양의 납으로 튼튼히 납땜을 해낸다.
평생을 식모 없이 집안 일까지 돌봐 왔지만 그래도 가족에게 소홀한 점이 있을 것 같아 「크리스머스」이후 한 달쯤은 가족들을 위해 특히 마음과 시간을 보낸다면서 작고 거칠어진「부지런한 손에 힘을 주어 말한다.<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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