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교신내용 녹취록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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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25일 지하철공사 오석구(58)감사부장 등 감사부 직원들이 녹취록 조작에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 중이다.

경찰은 吳씨 등 감사부 직원들이 사건 당일인 지난 18일 오전 10시7분~11분의 종합사령실과 1080호 최상열 기관사간 교신 내용 가운데 일부를 삭제한 녹취록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두명의 종합사령실 통신사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吳부장 등 감사부 직원들은 경찰에서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고 생각돼 이 부분을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누락시킨 내용 중에는 종합사령실 운전사령이 崔기관사에게 "차 죽이고 대피하라(전원키를 빼고 대피하라)"는 등 지하철공사 사령실 관계자들이 책임져야 할 내용들이 담겨있다.

경찰은 지하철공사 간부들이 자신들의 과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 부분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삭제 경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1080호 전동차 승객들의 피해가 종합사령실의 판단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특히 승객들이 대피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전원키를 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날 경우 지령을 한 운전사령에 대해서는 살인죄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4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10명 가운데 방화용의자 김대한(57), 1080호 기관사 최상열(39), 기계설비사령 이원곤(43).김인동(34), 종합사령실 직원 홍순대(45).방정민(45).손영일(42)씨 등 7명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입원 치료 중인 김대한씨를 제외한 6명은 구속수감됐다.

그러나 1079호 기관사 최정환(34), 종합사령실장 곽정환(59), 중앙로역 역무원 이규용(35)씨 등 3명에 대해서는 검찰이 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보강수사를 지시해 추가 조사 중이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팀은 25일 "이날 오후까지 1080호 전동차에서 1백28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대구지하철사고 사망자는 1백82명으로 늘었다.

감식팀은 "발굴작업이 아직 10% 가량 남은 상태여서 사망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이 사건의 지휘책임을 물어 대구지하철공사 윤진태 사장을 25일 해임조치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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