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씨 체포 이모저모] 콧수염 변장에 운동복 차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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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崔씨는 지난해 4월 19일 뉴욕에 도착한 후 21일부터 잠시 LA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후에도 LA에 들러 2주 정도씩 머물다 뉴욕 등 타 지역을 전전했으며 지난해 11월 이후에는 줄곧 LA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한국 법무부 관계자는 "崔씨는 자진 출국의 형식으로 인도 심리재판 권리를 포기할 의사를 비쳤다"며 "예상보다 추방이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체포 후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에 압송된 崔씨는 붙잡힐 당시 입고 있던 파란색 라운드 티셔츠에 짙은 쥐색 재킷, 그리고 트레이닝 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인정신문 차례를 기다렸다. 崔씨의 재판은 오후 4시가 넘어 341호 법정에서 시작됐다.

판사가 崔씨의 실명 확인에 이어 체포영장의 숙지 여부 등을 묻자 崔씨는 낮은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했다. 재판은 한인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崔씨는 다른 피의자 10여명과 함께 앉아 아내 鄭씨와 친지, 보도진을 이따금씩 쳐다봤다. 그는 검은 얼굴에 콧수염을 길러 언뜻 보기에 동남아인으로 착각할 만큼 평상시와 다른 모습이었다.

변장을 한 듯했다. 그는 대기석에서 통역자에게 귀엣말로 검찰 관련자료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고 때때로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崔씨의 부인 鄭씨는 30대 한인 남자 두명과 함께 법정에 나타났다. 鄭씨 등은 법정에서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시종 침묵으로 일관했다.

鄭씨는 판사가 崔씨의 구금을 확정한 뒤 풀었던 수갑이 다시 채워지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崔씨의 검거 시점이 한국에서 새 정부를 맞는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미 사법당국간에 모종의 사전 교감이 있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묻는 한국의 현지기자들에게 연방검찰의 톰 로젝 대변인은 우연이었음을 강조했다. "崔씨의 체포는 한국 대통령 취임식과 관계 없이 우연히 이뤄진 것이다."

로젝 대변인은 수사관들이 수일간 잠복근무 끝에 崔씨를 체포했음을 강조하며 "담당 수사관들은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崔씨 검거 소식에 한국의 경찰은 겉으론 태연했지만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인 데다 미국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것도 없고, 더 이상 경찰이 상관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 사이에는 경찰조직에 미칠 파장 등을 조심스레 점치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경찰청 외사과는 강성공 LA주재관으로부터 崔씨 검거 관련 보고를 받고 미국 연방법원에서의 인정신문, 이후 인도재판 여부 등 국내 인도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윤창희 기자, LA지사=이재호.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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