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안백출 피사사탑 보존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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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해마다 기울어져 가는 피사탑을 보존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구성된 피사탑 보존위원회가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보존 묘안을 모집하자 세계각지로부터 기발한 안들이 쏟아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탑은 피사 성당의 종탑으로 높이 54m, 8층 원형의 백색대리석탑. 1174년에 보난노·피사노에 의해 착공, 3층을 세운 후부터 동남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여 공사를 중단했으나 건립 가능성이 있다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열성으로 공사가 계속돼 1백76년이나 걸려 빌헬름이란 건축가에 의해 완공됐던 것.
완공 후도 해마다 1mm씩 기울어져 지금은 탑 꼭대기가 수직선으로부터 4m40㎝ 기울어 보존위원회는 지금 상태로 이 탑을 방치하면 앞으로 1백90년 안에는 완전히 쓰러져 버린다는 것.
피사탑 구조위원회는 매년 5백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이 탑을 바로 세우면 그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지금 상태를 그대로 보존키 위해 50만달러(1억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공사계획안을 모집했는데…. 세계 곳곳서 쏟아져 들어온 4천여 가지 묘안들 중에는 환상적이고 모험적인 것도 있어 위원회는 어느 묘안을 채택할지를 놓고 또 한번 고민. 그중 걸출한 안을 살펴보면-.
▲일본의 모 통풍기회사의 안=탑이 기울어진 맞은편에 직경 30m의 선풍기를 틀어놓고 바람을 보낸다.
▲런던의 모 건축가의 안=탑 옆에 이 탑 건축자의 한사람인 빌헬름의 석상을 세워 석상의 팔로 탑을 받치고 그 머리에는 뉴요크 자유의 여신상과 같이 레스토랑을 만들면 일거양득.
▲이탈리아 냉동전문가=탑의 초석을 연중 냉동시킴으로써 현상을 유지할 뿐더러 관광객의 피서도 시킬 수 있다.
▲소련건축가=탑을 헐어 초석을 튼튼히 해 놓고 다시 세워야 하는데 그러자면 6백만달러로는 모자란다. 따라서 42평방m 크기의 초석을 쪼개어 관광객에게 팔면 최소한 5백만달러는 생길 것이니 이를 공사에 충당하면 좋다. <바젤=오원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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