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의의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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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여당은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통일논의의, 한계선을 결정, 공포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여당이 이와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과열된 선거운동기간에 한계를 넘는 통일논의는 국가이익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규제는 선거운동에 관련된 본의 아닌 정치적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고, 그러한 통일논의가 국민의 승공 자세에 줄지도 모르는 영향 을 감안하여 사전에 한계를 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여당은 이 방침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국토통일원이 중심이 되어 전문가로 하여금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통일논의의 한계를 선정, 공표 하여 정치인들이 국가적인 안목에서 이를 존중해주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 신민당의 대통령후보 김씨도 통일문제는 국가존망과 관련된 중대문제이므로 내년선거에서 주요쟁점으로 다루지 않도록 박대통령에게 제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을 비롯, 야당까지 통일논의를 신중히 다루어 국가이익을 옹호하는데 만전을 기하자는 생각을 갖게되었다는 것은 환영할 일어다. 왜냐하면 선거전에 있어서 통일문제를 중요쟁점으로 삼아 과열된 분위기 속에 여야가 갑론을박을 벌이게되면 거국적인 승공 자세는 크게 뒤흔들릴 것이요, 또 이로 말미암아 북괴는 정치적인 면에서 어부지리를 얻겠기 때문이다. 선거전에서 정권투쟁이 아무리 과열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국기를 뒤흔들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우리의 민주적 국기는 전 국민이 일치단결 하여 공산주의의 침략파괴, 음모를 단호히 분쇄함으로써만 수호 될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8·15선언을 계기로 한동안 통일논의가 활기를 띠었었다. 이는「8·15」선언이 오랜 시일을 두고 터부 시 되어오던 평화통일논의의 문호를 개방하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8·15선언은 대한민국이 수미 일관하게 추구해오던 유엔 감시 하 선거실시에 의한 통일노선을 절대로 완화 내지 포기한 것이 아닐뿐더러 『남북한에 가로놓인 인위적 장벽을 단계적으로 제거해 나아갈 수 있는 획기적이고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데 있어서도 엄격한 전제조건을 붙여놓았기 때문에 실력에 의한 대결정책을 완화 내지 포기한 것도 아닌 것이다.
따라서 8· 15선언을 통일노선의 변경인 것처럼 착각하고 평화통일에 대한 환상적 기대를 거는 .사고방식이 싹트게 된다고 하면 한국의 승공 자세는 그만큼 미약해지기 마련인 것이니 우리는 이 점을 심심 경계하도록 해야 한다.
8·15선언에 대해 북괴는 그 수락을 거부하고 무력과 폭력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전복하는 것이 자기네들의 기성방침임을 재 천명하였다.
이번 북괴를 상대로 통일론을 벌인다는 것부터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실력대결을 떠난 갖가지 환상적인 통일논의의 전개는 우스운 자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통일논의의 한계를 정부가 설정, 공표하고 그 실천을 권고한다는 것은 무책임 무궤도한 통일논의가 주는 해독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그런 조처를 취하건 아니하건 우리사회지도층 에 속하는 인사들이라면 남북의 대립긴장을 여실히 인식하고 통일 논의에 신중을 기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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