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개성 재가동 남북관계 선순환 디딤돌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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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개성공단이 다음 주부터 재가동한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두 번째 회의가 밤샘으로 진행됐고, 어제 이른 아침 합의가 이뤄졌다. 남북한 모두 합의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남한에서야 새삼스럽지 않지만 북한도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보도한 건 그만큼 북측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간절히 기다려왔음을 보여준다. 공단 재가동은 지난 4월 9일 북한이 공단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킨 뒤 5개월여 만이다. 크게 반길 일이다.

 그동안 남북한 사이엔 험악한 대치가 있었고 긴장을 풀기 위한 교섭도 있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큰 피해를 본 남측 기업이나 일터에서 쫓겨난 북측 근로자를 생각할 때 없었으면 더 좋았을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 기간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재가동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남북 당국은 서로의 속내를 드러냈고, 그걸 이해한 상태에서 재가동에 합의했다. 또 통행·통신·통관 등 공단 중단 이전부터 필요성이 절실했던 문제들의 해결책이 이번에 적극 모색됐고, 성과도 있었다. 개성공단 국제화도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사단이 벌어지기 전보다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앞으로 개성공단이 빠르게 확대됨으로써 명실상부한 남북통일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 북측이 다시 한번 다짐할 일이 있다. 다시는 개성공단을 볼모 삼아 남측을 정치·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번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면 그땐 공단이 영구적으로 폐쇄될 위험성이 대단히 크다는 점을 북측도 잘 알았을 것이다. 앞으로는 순수하게 경제적 논리에 따라 공단을 발전시키고 남북한 사이의 경제협력을 촉진시키는 데 몰두해야 한다.

 남북 당국은 이번 재가동 합의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선순환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석 직후 열릴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시급히 더 확대되고 상시화되도록 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신규투자 확대도 이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활발한 주민 왕래와 전면적 경제 협력도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 중간 어느 지점에서 북한 핵 포기도 진전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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