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안 좋은데…부동산신탁사는 선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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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물구하고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회사는 수수료를 받고 땅주인이나 시공사 등이 맡긴 부동산을 개발ㆍ관리해 이익을 돌려주는 것을 업무로 한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11개 부동산 신탁회사의 당기순이익은 6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153억원) 늘었다. 11개 회사 모두 흑자를 냈다. 한국토지신탁(363억원)을 비롯해 코람코자산운용(140억원), 한국자산신탁(54억원), KB부동산신탁(33억원), 하나다올신탁(30억원) 등 순으로 순익이 많았다.

수탁고는 지난해 말 120조9000억원에서 120조5000억원으로 0.3% 줄었지만 영업수익이 2144억원으로 18.5%(335억원) 증가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에서 나온 수익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차입형 토지신탁 증가 덕분

부동산신탁회사의 업무는 토지신탁ㆍ관리신탁ㆍ처분신탁ㆍ담보신탁 등으로 나뉜다. 관리신탁은 위탁자의 부동산을 관리(자금 포함)해 주는데, 처분신탁은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매각해 주는데 각각 초점을 둔다. 담보신탁은 쉽게 말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업무다.

신탁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신탁은 위탁자가 맡긴 토지를 아파트ㆍ빌딩 등으로 개발한 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신탁회사는 사업비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대신 시행사로서 사업 완공에 대한 책임을 진다. 신영증권 한종효 연구원은 "실물 부동산을 위탁받아 대행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시공사는 주로 대형급보다는 중견 건설사 위주"라고 말했다.

토지신탁은 누가 사업비를 내느냐에 따라 차입형과 관리형으로 구분된다. 차입형은 신탁회사가, 관리형은 위탁자가 공사비를 포함한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이 큰 차이다.

신탁사는 사업성ㆍ수익성 등 살펴야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늘어난 데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시행사들이 은행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신탁사를 찾는 것 같다"며 "사업성과 수익성이 양호하면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입형은 신탁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수수료가 총 매출의 3%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때문에 최근 신탁사들은 수수료가 낮은 단순 관리신탁과 담보신탁을 줄이는 대신 토지신탁에 집중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을 취급하는 7개 회사의 사업비중은 2010년 말 41.3%에서 올해 6월 말 50.1%로 늘어났다.

다만 사업 리스크가 크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금감원 서규영 상시감시팀장은 "신탁사의 경우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분양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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