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펀드 수퍼마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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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펀드 수퍼마켓은 증권사나 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각종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펀드 쇼핑몰입니다.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주로 증권사나 은행 추천에 따라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펀드 판매사의 영향력이 막강했습니다. 그러나 펀드 수퍼마켓이 활성화되면 투자자들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좀 더 다양한 펀드들을 비교해보고 가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죠.

 자산운용사들이 주축이 된 펀드 수퍼마켓 설립준비위원회는 영업일을 내년 3월쯤으로 잡고 설립 준비에 한창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 관련 기관과 자산운용사·펀드평가사 등 46개 기업이 10억원 미만으로 십시일반해 226억원의 자본금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지난 6일 펀드 수퍼마켓 사명을 ‘펀드 온라인 코리아’로 정했습니다.

 펀드 수퍼마켓에서는 시중에 나온 모든 공모펀드를 판매할 예정입니다. 5월 말 기준으로 현재 시중엔 온라인 전용펀드 729개와 오프라인 펀드 2591개가 있습니다. 판매 보수는 오프라인 펀드 대비 3분의 1수준으로만 받을 예정입니다. 개인별 포트폴리오, 위험감수 성향 등을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펀드상품이 제시되는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상품 선정 및 배치는 평가등급·수익률 등 객관적 지표가 기준입니다.

 하지만 펀드 수퍼마켓에 등록된 펀드 수가 많아질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혼란도 커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스스로 펀드에 대한 이해 및 분석이 어려운 투자자라면 특히 그럴 겁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펀드 상품의 특성과 장단점을 알려주고 가입을 돕는 독립 자산관리사(FP) 인력이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육성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독립 FP를 통해 펀드 수퍼마켓을 이용하는 것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펀드 수퍼마켓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온라인으로 펀드에 가입하려면 본인 실명 확인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금융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간편화’라는 온라인 펀드의 강점 중 하나가 무색해질 수 있죠. 투자자가 작성해야 할 서류를 얼마나 간소화하느냐도 과제 중 하나입니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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