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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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 전 동네 구장을 맡아보시던 구장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동네사람들은 매우 가슴아프게 생각하였다.
할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북에다 두시고 6·25사변 때 월남하셔서 지금은 홀로 구장직을 맡고 계시며 아주 적적한 생활을 해오셨다. 오직 단 하나의 희망이 있으면 하루속히 통일이 되어 가족들과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어떤 일이 있어도 죽지 말고 통일이 되어 가족 앞에서 죽어야 할텐데』하며 아쉬움을 금하지 못하며 승천하신 것이다. 또 통일은 구장할아버지의 소원만은 아닌 것이다. 옆에 있는 양로원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대부분 가족들이 이북에 있거나 6·25동란 때 생이별한 사람들로 통일을 학수고대 하는 것이다.
광복의 그날이 어언간 4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동족이 서로 소식조차 모르고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으니 이런 비극이 그 어디에 있었으며 앞으로도 있겠는가?
간절히 염원한 통일은 할아버지들만의 소원은 아니고 5천만 동포의 숙원이요 비원인 것이다. 분단국가로서 똑같은 운명을 타고난 독일은 크리스머스 같은 명절날에는 선물을 줄 수 있고 가끔 서로 도·서독간의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갖기도 하는데 이는 정말 희망적인 일로 우리 나라도 언제 저런 단계가 오려나 하고 바랐었다. 그런데 이번에 박정희 대통령께서 광복 25돌 경축사를 통하여 북괴가 적화통일의 야욕을 포기한다면 통일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고 하셨다.
이러한 발표는 어쩌면 긴밤이 지나고 먼동이 터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가슴뛰는 희망 같은 것을 안겨준다. 이제 우리는 이 기쁨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힘들고 고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간절한 통일의 염원만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돌아가신 수많은 구장할아버지를 생각할 때 우리는 모두 마음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김진숙(충남아산군탕정면권곡리 2구7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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