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자녀에 존중받는 멘토성 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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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버지 역할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맞벌이로 인한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로 인해 아버지가 가사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요구 받고 있고 친구 같은 다정한 아버지를 원한다.

그러나 많은 아버지들은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고 자녀와의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자녀 양육방법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준비 없이 부모가 됐기 때문이다.

또 직장에서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받고 가정에서는 자녀와 놀아 줄 시간이 부족하고 아버지로서의 바람직한 권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아버지는 경제적인 책임뿐 아니라 가사와 자녀 양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다중역할을 욕구 받고 있다. 아버지가 가정에서의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자녀의 심리적인 문제와 진로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국 아버지의 특성에 따른 자녀의 생각을 알아보았다. 첫째, 자녀가 공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내거나 시험점수가 나쁘면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녀를 무시하고 1등만 선호하는 아버지를 성취강요성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자녀는 아버지가 무섭고 싫어지며 자신이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며 반항심이 생긴다.

둘째, 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감정조절을 못해 화를 내고 심지어 때리기도 하며 어머니에게 욕하고 가족을 괴롭히는 아버지를 폭력성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자녀는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고, 부모가 이혼할까 두려워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점점 아버지를 닮아 폭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

셋째, 아버지가 집에 오면 자녀와 대화도 하지 않고 식사만 조용히 하며 TV보다가 혼자 운동하고 잠만 자는 아버지를 무관심성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자녀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이 사랑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자녀는 아버지와의 대화가 줄어들면서 가족이라도 함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아버지는 자녀에게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해주는 것이 좋다.

넷째,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격려해주며 함께 운동하고 요리도 하며 좋은 강연에 함께 가고 언제나 자녀를 먼저 걱정해주는 아버지를 멘토성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자녀는 매사에 자신감과 희망이 생기며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자신의 진로를 슬기롭게 개척하며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녀는 언제나 행복해하고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꿈과 비전을 가지게 된다.

아버지가 멘토성이라고 느끼는 자녀는 아버지가 혼내더라도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올바른 도덕성이 형성된다. 아버지를 존중하고 사랑하게 하면서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버지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자녀와의 의사소통, 합리적인 양육방법, 자녀의 훈육법, 간단한 요리법 등의 교육과 아버지 자신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녀의 심리적인 안정과 진로발달에 도움이 되는 멘토성 특성으로 바꿔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녀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과 교훈, 그리고 평소 일상생활 속에서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범적인 행동이 자녀에게 가장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는 것을 우리 아버지들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김인기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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