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내수 점유율 5년 만에 60%대로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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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5년 만에 60%대로 떨어졌다. 파업으로 인한 자체 생산량 감소와 수입차 판매량의 지속적인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도합 8만6402대를 팔아 69.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총 자동차 판매량은 수입차와 국산차를 더해 12만5051대였다. 월간 기준으로 내수 점유율 70%대가 무너진 것은 2008년 9월의 66.3% 이후 처음이다.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그동안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70%대를 유지해 왔다. 2009년 6월에는 80.4%를 기록해 정점에 올랐고, 올 들어서도 계속 70%대의 월간 내수 점유율을 기록해 왔다.

 지난달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였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진행돼온 부분파업과 특근 거부로 4일까지 6만2000여 대의 차량이 생산되지 못했다. 손실을 금액으로 따지면 1조2000억원이 넘는다.

 줄어든 점유율은 수입차와 다른 국산차 브랜드들이 나눠가졌다. 수입차는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보다 32% 증가한 1만3977대가 팔려 1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다른 국산차 브랜드도 현대·기아차의 부진을 틈타 점유율을 높였다. 한국GM은 11.3%로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한때 존폐 위기를 걱정할 정도였던 르노삼성과 쌍용차도 각각 4% 이상을 점유하며 선전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파업 때문에 일시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라 회사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파업 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차 공급이 늘어나 곧바로 점유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7.9%에 그쳐 6개월 만에 8% 선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달 미국의 경제사정 호전으로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17% 성장하며 판매량 150만 대를 넘어섰으나 현대·기아차는 공급 물량이 달려 성장률이 6%에 그쳤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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