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먹고살긴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 … "나는 하류층" 35% 역대 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가계에서 체감하는 올해 소비 경기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꽁꽁 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5일 “올해 소비생활지표 조사 결과, 자신의 소비생활 수준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62.5%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원이 199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체감 중산층’이 60%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소비생활지표는 국민 소비생활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다. 올해의 체감 중산층은 94년(81.3%)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97년 조사 때도 체감 중산층은 71.1%였다. 반면에 자신이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의 비율은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94년(11.8%)의 세 배다. 더 세분하면 자신이 ‘하위중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42.8%로 가장 많았다. 상위하류층(22.1%)-상위중류층(19.7%) 순이다. 조사를 담당한 소비자원 배순영 정책개발팀장은 “가계소득이 월 350만~450만원인 소비자도 자신을 ‘상위하류층’으로 응답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특히 미래를 어둡게 보는 노인·독신 소비자가 자신을 하류층으로 보는 성향이 높았다”고 말했다.

 가계 부담의 가장 큰 원인은 식생활 비용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6%가 최근 1년 동안 “식생활비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느꼈다”고 답했다. 2위는 교육비(21.5%)였다. 교육비는 최근 20년 동안 여섯 차례 조사에서 모두 3위권 내에 든 유일한 항목이다. 주거비(12.9%)-의료비(9.7%)-의류비(6.7%) 순으로 가계 부담감이 높았다.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소비생활 영역도 식생활(40.8%)-주생활(18.5%)-의생활(11.2%) 순이었다.

 소비자원은 소비생활지표 조사를 위해 올 4월 29일부터 5월 19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1대 1 면접 설문조사를 했다. 배 팀장은 “조사 당시의 침체된 경제 상황도 소비자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