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외국인들 "사자"로 돌아섰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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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달 국내 증시는 월초 '지수 1000 시대' 축포를 멋있게 쏘고는 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발 인플레 우려로 인한 국제 자금시장의 동요와 치솟는 국제 유가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다. 시장을 조정 국면으로 밀어넣은 장본인은 바로 외국인투자자들이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단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순매도 행진을 벌였다. 외환 위기 이후 가장 긴 매도 공세였다. 이 기간 쏟아진 순매도 물량만 2조1000억원이 넘는다. 당연히 투자 심리는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난주 후반부터 외국인들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고 지수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외국인 매도 공세가 어느정도 마무리 된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시장에선 모처럼 순매수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관련 해외 펀드의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내놓는 이달에도 외국인의 움직임은 여전히 중요한 관심 사항이 될 듯하다. 코 앞으로 다가온 1분기 실적 발표를 놓고 국내 전문가들간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겉보기엔 1분기 수출 호조세가 여전하지만 원-달러 환율 강세와 국제 유가 급등 부담에 휘둘린 국내 기업들의 채산성은 분명 나빠졌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외국인들이 지난 세달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당분간 지수 등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행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무엇보다 큰 흐름을 보면 시장은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쪽에 여전히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차분하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실적 개선이 뚜렷한 우량 종목을 찾아내는 신중함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주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지만 콜금리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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