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정 건전성 회복, 내년도 예산 심의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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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국가부채 역시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상반기 재정적자는 46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고 국가부채 또한 480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재정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척도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36.2%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까지 국가부채비율을 30% 이하로 낮추겠다던 정부의 다짐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앞으로 갈수록 높아져 2014년에는 37%를 넘어서고 2016년엔 38.4%로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40% 선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최근 392조원까지 늘어난 28대 공공기관 부채까지 합칠 경우 올해 말 공공부문 부채 규모는 9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처럼 급증하는 국가부채의 고삐를 죄지 못하면 국가신용도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 재정건전성의 악화가 자칫하면 국가신용도 하락과 잠재적인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2일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성장률 둔화 등에 따라 중장기 재정 여건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지방재정의 악화와 공기업 부채의 증가 등 각종 재정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다”면서 “공공부문 전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언제까지나 끌고 갈 수 없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상당 기간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공공부문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에 대해 대대적인 부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석유공사, 한국전력 등 부채 규모가 큰 공기업들에 대해 자산 유동화와 매각 작업을 벌여 부채 상환에 쓰도록 했다. 또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감축해 재정적자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전체 재정의 건전성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세수(稅收)가 줄어드는 가운데 각종 복지지출 예산은 계속 늘어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예산도 적자재정 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정건전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음을 감안하면 결국 재정건전성의 초점은 지출예산의 대폭 감축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내년도 예산 심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여야는 모두 “균형예산을 맞추는 데 최대한 노력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균형예산에 대한 의지와 함께 지출예산 감축에 대한 정치적 결단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