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장기 투자자라면 약세장도 돈 벌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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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장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비관론자와 낙관론자는 공존한다. 그들은 같은 현상을 놓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행동에 옮긴다.

비관론자들은 대체로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는 반면 낙관론자들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화제가 됐던 존 템플턴 경은 "지난 1백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낙관론자들이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는 오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라고 했다.

지난주 주식시장에서는 낙관론자들이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 타고난 승부사로 알려진 김정태 행장이 이끄는 국민은행이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낙관론의 선봉에 섰다.

이들은 종합주가지수가 600선 이하일 때 주식을 사서 이익을 냈던 과거 경험과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정책불확실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를 뒀다. 또 이라크전의 개전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인 요인 중 하나다.

낙관론자들의 주식 매입은 종합주가지수 600을 새로운 지지선으로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 600선을 단숨에 회복했던 주초반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지수는 600~605의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600선을 지켜냈다.

이번주에도 기관과 일부 개인자금의 유입을 통해 추가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56DDR D램 가력하락이 멈췄고 25일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상승기조를 다지기에는 아직 힘이 부치는 상태다. 북핵 문제가 미군기지 이전 및 주한미군 감축등 한미관계 악화로 확산될 기미고, 이라크전 문제 역시 유엔 무기사찰단의 보고서 발표(28일)를 전후해 증시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서고, 무역적자가 확대된 것도 부담스럽다. SK그룹 대한 수사에 이어 4대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 소식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여지를 남겼다.

증시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여전해 주가가 오르더라도 오름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한다. 반대로 하락하더라도 지수 60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

"장기투자가라면 약세장을 돈벌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는 템플턴 경의 말을 되새겨 볼 만하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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