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개발한 '골든텍스' 시리즈, 상표 독점권 확보해 경쟁력 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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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광장시장에는 수많은 양복지·한복지·승복지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다. 전문상품들이 모여 있어야 장사가 잘되기 때문에 양복지 가게는 양복지 골목에, 한복지 가게는 한복지 골목에 있다. 동양직물은 정확히 그 경계선에 있는데 이런 모습은 매출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양직물은 다른 양복지 가게들과는 다르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양복지 이외 분야에서 올리고 있다. 한때는 70%를 넘은 적도 있다. 바로 여기에 성공비결이 숨어있다.

 두루마기 원단, 승복지 등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 첫 번째 성공 포인트다. 물론 고객수요를 정확히 짚어낸 김 사장의 주의 깊은 관찰력이 새로운 제품 개발을 가능토록 한 원동력이지만, 그 바탕에는 고객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비자 중심적인 사고가 있다. 동양직물이 문을 열었던 1980년대에는 물자가 부족해 최고급 양복지였던 제일모직의 원단만 확보하면 저절로 팔려나갈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장을 개척했다. 광장시장에 300곳이 넘던 양복지 가게가 지금은 18개만이 살아남았 다.

 제품을 개발하고 ‘타깃 고객’을 구체화한 다음,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전략 역시 김 사장의 성공비결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객들에게 보내는 홍보용 DM이다. 승복지를 개발했을 때는 각 사찰에서 스님들 옷을 짓는 ‘편수 스님들’에게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승복지 샘플을 보냈다. 아무리 장사를 위해서라지만 정성이 담긴 편지를 그냥 흘려보내는 스님은 많지 않았다.

 마지막 성공비결은 상표사용의 독점권을 확보한 것이다. 애써 개발한 제품을 다른 곳에서 모방해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김 사장은 제일모직과 두루마기 원단 및 승복지를 공동 제작하면서 ‘골든텍스 사군자’ ‘골든텍스 파라미타’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이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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