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건전재정 중요성 일깨워준 사상 최대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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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상반기 재정적자가 무려 46조2000억원으로 발표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16조원, 금융위기 직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2009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6조원가량 더 많다.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자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그만큼 세수가 덜 걷혔기 때문이다. 목표 대비 실적치를 나타내는 세수진도율이 47.1%에 그쳤다는 게 단적인 증거다. 상반기 세수진도율이 50%를 밑돈 건 최근 6년 새 처음이다. 또 지난해보다도 무려 9조원 이상 세수가 덜 걷혔다. 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조여원, 4조여원 줄었다. 늘어난 건 소득세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자명하다. 경기 침체 탓이다. 법인세가 줄어든 건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고, 부가세는 올해 내수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할 만한 일은 법인세와 부가세는 정부가 아무리 세무조사를 강화한다고 해도 더 늘릴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런 터에 세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징하면 경제는 더 나빠진다.

 결국 해법은 두 가지다. 경기를 살리고 소비를 활성화하는 거다. 경제성장률이 1% 높아지면 세수가 2조원 정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도 이 점을 모르진 않는다. 하반기에 경제가 활성화돼 성장률이 3%대 중반이 되기를 기대하는 건 그래서다. 이렇게 되면 올해 재정적자를 23조원으로 묶을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예상대로 안 될 경우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소비 부진이 지속될 경우 어떻게 할 참인가. 정부가 대비책을 미리 세워둬야 하는 이유다. 추경을 또 편성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 공약 등 지출을 줄일 것인지 등의 선택도 필요하다.

 더불어 건전재정의 중요성을 이 정부에 거듭 촉구하는 바다. 지금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지만 몇 년째 적자 재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건 걱정된다. 재정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