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본즈 '월드시리즈를 향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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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까지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27경기에 출장하며 97타수 19안타,1홈런,6타점,21개의 삼진에 0.196의 타율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던 배리 본즈는 적어도 포스트시즌만큼은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함께 이름값 못하는 선수들 중에 한 명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올시즌 본즈는 정규시즌에서 보여주었던 무서운 힘을 포스트시즌까지도 지속시키며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과연 본즈가 자신의 생애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본즈의 홈런포, 리치 오릴리아의 뛰어난 클러치 능력, 안정된 마운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보여 주고 있다.올시즌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높여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1997년 월드시리즈 MVP인 리반 에르난데스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다.

올시즌 포스트시즌까지 6승 무패를 기록하며 큰 경기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온 에르난데스는 1997년에도 와일드 카드로 올라온 플로리다 말린스를 우승시켰다.

그러나 역시 본즈가 존재가 자이언츠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올시즌 본즈는 한 가지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자이언츠 역사상 타격왕에 오른 유일한 선수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자이언츠의 간판타자로서 명성을 가진 그에게 이런 기록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사의 최고의 영웅은 바로 본즈여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그 이유는 본즈의 타격왕 제패는 1954년 윌리 메이스 이후 자이언츠 선수로서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본즈는 대부로 여기는 메이스의 기록을 넘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그리고 내년 시즌이면 본즈는 자신의 소망대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올시즌까지 613개의 홈런을 기록한 본즈는 당장 내년 시즌이면 메이스가 기록한 660 홈런에 근접하게 될 것이며 윌리 맥코비가 가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 최다 홈런기록인 469개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본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기록한 홈런은 437개다).본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300(홈런)-300(도루) 클럽 가입이란 대기록을 작성한 메이스의 이 기록은 오래 전에 달성했으며 메이스를 넘어 400-400 클럽 가입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했다.

하지만 한 가지 본즈가 메이스에 비교되지 않는 것이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반지가 본즈에게는 없다는 사실이다.메이스는 1954년 뉴욕 자이언츠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이는 자이언츠 역사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남아 있다.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없다.1962년과 1989년의 월드시리즈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경험한 월드시리즈의 전부다.그 때마다 자이언츠는 뉴욕 양키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벽에 막혀 우승꿈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 올시즌 포스트시즌은 본즈에게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자이언츠 역사에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겨 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꿈을 달성하는 것은 메이스에 대한 도전의 종착역이 될 것이다.

1954년 타격왕에 올랐던 메이스는 또한 이 때에 뉴욕 자이언츠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이로부터 48년이 지난 올시즌 본즈는 메이스 이후 자이언츠 선수로서 최초로 타격왕에 올랐다.메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본즈 역시 자이언츠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 궁금하다.

배길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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