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GDP 20년 새 10배 뛴 만큼 다양한 전공분야 한국 인재 필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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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00달러에요. 20년 전보다 10배 뛰었죠. 몇 안 되는 베트남어학과 출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학생들이 베트남으로 들어와야 해요.”

 ‘2013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선희(51·사진) 변호사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학생을 키우지 않으면 베트남 시장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베트남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베트남의 제1호 ‘외국인 변호사’다. 현재는 베트남 3대 로펌 중의 한 곳(Vision & Associates Legal)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하노이 외상대에서 ‘한국기업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이씨가 처음 베트남 땅을 밟은 건 한·베트남 수교 직전인 1992년. 삼성물산 초대 지점장이었던 남편을 따라와 인연을 맺었다. “그때만 해도 베트남에서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지금은 거의 모든 대기업이 베트남에 나와 있죠. 하지만 우수한 한국 학생들은 여전히 미국·영국 등 선진국으로만 유학을 떠나는 실정입니다.”

 그는 한국이 베트남의 잠재력을 확신하고 다양한 전공지식을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한국의 수출 물량 중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지만, 수출 증가율은 31%로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제가 언어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베트남 사법연수원에서 받아주지 않았을 겁니다.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진짜 베트남 전문가가 될 수 있었죠.”

 이씨는 베트남 국립하노이대에서 한국인 여성 최초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문화인류학 관련 강의를 하며 법률공부를 시작했다.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베트남 근로자를 위한 무료 통역일을 도왔던 게 계기가 됐다. “전국의 공장·약국·병원에서 통역이 필요할 때마다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어요. 그때 생각했죠. 내가 법을 안다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27일 개막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행사에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둘째딸과 함께 참가했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여성 지도자 550여 명이 모여 30일까지 ‘글로벌여성인재 양성을 위한 한민족 여성의 역할’이란 주제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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