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송금 특검' 거부권 행사 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21일 한나라당의 대북송금 특검법안에 대해 "내용을 자세히 안봤으나 여야 간에 좀더 타협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마주친 자리에서였다.

직후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 내정자는 "(한나라당의 특검법안은)한마디로 총선용이지 진상규명용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柳내정자는 "6개월까지 조사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법안을 지금 그대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장 盧당선자가 취임 후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대표도 전날 의원총회에서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물리적으로 저지하면 총리 인준도 안돼 노무현 정권은 출발부터 스스로 올가미를 얽어매는 일이 된다"며 "그렇다면 방법은 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柳내정자의 이날 발언이 당대표와의 사전 조율을 거쳐 나온 언급이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됐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先) 특검법안, 후(後) 총리 인준안 처리를 추진 중인 한나라당은 당장 "거부권 행사는 상생의 정치가 아니라 살생의 정치가 될 것"(李揆澤 총무)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盧당선자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柳내정자는 일단 한발 뺐다. "그 부분은 아직 논의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하여튼 정상적인 법안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柳내정자는 "그렇다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라며 고민에 빠져있는 듯한 발언도 했다. 현재로선 盧당선자 측과 민주당이 최후 수단인 '대통령의 거부권'가능성까지 환기시켜 '선(先) 국회의 진상규명'을 수용토록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라는 해석이 보다 우세하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