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외상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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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캄보디아 문제에 관한 외상회의』가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동안 자카르타에서 개최되었으며 동회의의 결과를 묶어 놓은 공동 코뮤니케가 발표되었다. 이번 외상회의에는 한국-호주-뉴질랜드-일본-싱가포르-말레이지아-필리핀-태국-월남-라오스-인도네시아 등이 정대표로, 캄보디아는 업저버로 총12개국 대표들이 참가했으며 이번 외상회의에 초청된 국가들 중 인도-파키스탄-실론-버마-북괴-중공-월맹 등은 참가를 거부했다.
이번 회의의 성격을 보면 그것은 문자 그대로 캄보디아 사태를 토의하기 위한 회의로서 이는 1954년과 1962년의 제네바 회의이래 처음으로 회동한 인도문제에 관한 아시아 관계국의 회의였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일부 중립국가를 비롯해서 중공·월맹·북괴가 회의참가를 거부했으나 인도문제에 관심 깊은 나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 사태의 공동해결을 모색했다는 점은 그것대로 적지 않은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인지사태와 연관해서 많은 나라들이 새로운 국제회의를 제창한바 있었다. 최근의 예를 들면 4월1일의 불란서 제안, 4월8일의 닉슨 미 대통령 제안, 5월5일의 우·탄트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다 같이 회의 제창만으로써 햇빛을 보지 못했고 결국 실현된 것은 이번 자카르타 외상회의뿐이었다.
물론 자카르타 회의가 개최되었다 하더라도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또 어떤 기능을 발휘할 것이며 그것이 어떻게 기여할지는 현재로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교전상 대변인 공산 측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참가국들의 입장이 각각 다르다는 데도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회의 후에 발표된 공동 코뮤니케의 골자를 보면 ①모든 외군 철수 ②무기제공 중지 ③3개국(일-인니-말) 특별위 구성 ④국제감시위원단 (ICC) 복귀 및 새로운 확대국제회의의 소집 ⑤캄보디아 중립보장으로 돼있다. 이 코뮤니케는 캄보디아 사태해결의 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 코뮤니케는 외군 철수와 무기제공 중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공산 측은 이것을 거부할 것이다. ICC의 복귀와 새로운 확대국제회의소집제의도 공산 측이 그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번 회의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고 사태해결책과는 거리가 먼 국외자의 외교사를 두루뭉수리로 엮어놓은 듯한 인상도 없지 않다. 또 이것이 현하 심각한 캄보디아 사태해결에 대해서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도 적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캄보디아 사태는 어떻게 해결되어야할 것인가. 요컨대 캄보디아 사태는 캄보디아 자신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리 국제회의에서 사태해결의 방안이 제시된다 하더라도 캄보디아 자신의 적극성이 결여될 때 실효를 거둘 수는 없다. 캄보디아 문제에 적지 않은 관심을 표명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회의와 더불어 캄보디아에 대해 어떤 협조를 할 것인지 선뜻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당면해서 한국은 캄보디아와의 외교정상화를 우선 도모하고 이해를 증진한 후에 협조의 길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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