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태평해도 전쟁 잊으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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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첫날인 19일 청와대 ‘지하벙커’(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천하가 비록 태평하다고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는 말처럼 어떤 경우에도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대비는 국가안보와 국민 안위에 가장 필수적인 것이고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국가비상사태 대처 훈련이다. 북한이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68년 1월 김신조 무장공비 일당을 보내 청와대를 공격하려 했던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래 45년째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사건 당시 성심여고 2학년이었다.

 박 대통령이 NSC를 주재한 건 취임 후 처음이다. 평소 자주 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주재한 것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협 관련)과 4월 26일(개성공단 사태 관련), 그리고 6월 10일(남북 당국회담 관련) NSC 대신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연 적이 있다. NSC와 외교안보장관회의는 성격상 국가 외교·안보 사안 등을 다루는 점에선 닮았지만 참석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 NSC에는 외교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주무 장관 외에도 국무총리와 경제·사회관련 부처 장관 등이 더 참석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지하벙커에서 NSC를 주재한 것은 최근 남북 대화 국면이 조성돼 화해 무드가 무르익고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전쟁의 위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평상복 차림 대신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전시 상황에서 기관별 전시전환 절차와 전시임무 수행체계를 정립하고 전시에 적용할 계획 등을 종합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특히 개전 초기 장사정포 포격 시에 주민 대피와 방호시설을 점검하고 수도권과 후방 지역에 대한 테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사이버 공격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을 비롯해 최근 나타나는 새로운 도발 양상을 고려한 훈련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지하벙커 상황실에서 대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을지 국무회의와 일반 국무회의를 연이어 주재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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