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경제 이해력' 평균 55.7점…"어렵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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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나라의 통화공급량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①금 ②현금과 동전 ③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④요구불예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4분기 전국 25개 고등학교 재학생 2천6백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 이해력' 시험 40문항 중 정답률이 가장 낮았던 14번 문제다. 이 문제의 정답률은 11.1%에 그쳤다.

이번 시험의 평균 성적은 1백점 만점에 55.7점. KDI 관계자는 "미국경제교육협의회(NCEE)가 실시한 비슷한 문제로 구성된 시험에서 미국 고교생들은 평균 63점을 얻어 우리 고교생보다 경제 이해력이 크게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분야별로는 기초적 경제개념에 대한 이해력이 60.0점으로 가장 높았고 미시경제학적 개념(55.7점)은 평균 수준이었다. 거시경제학적 개념은 54.2점으로 평균을 밑돌았으며 국제경제학적 개념이 46.8로 가장 낮았다.

또 실업계 학생들은 평균 43.9점을 얻어 일반계 학생(57.4점)보다 성적이 나빴다. 여학생의 성적(56.7점)이 남학생(54.7점)보다 약간 높았고 학년별로는 3학년(58.1점).2학년(56.2점).1학년(52.5점) 순이었다.

경제과목 수강 여부와 경제 이해력의 관계를 보면, 수강한 학생(57.8점)과 수강하지 않은 학생(56.6점)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고교생들은 경제정보나 경제지식을 TV.라디오 등 방송매체를 통해 얻는 경우가 47.0%, 신문이나 잡지를 통한 학습이 23.5%로 나타나 교과서.참고서(10.8%)보다 주로 언론매체에서 지식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성적은 비슷한 시험을 치른 1992년(51.7점)과 97년(50.4점)보다 좋은 편이지만 난이도 등이 달라 청소년의 경제실력이 향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없다고 KDI측은 밝혔다.

KDI는 "학교 경제교육이 부실해 국민들이 부실기업 매각 등 경제 이슈를 경제원리보다는 감성에 의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무부 안에 '경제교육실'을 신설해 청소년 등에게 실물경제를 가르치고 있는 미국처럼 정부가 경제교육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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