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자재 변신 크러시백 가방 하나로 '일당백'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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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시(crush) 백’은 매력적이다. 소재와 프린트가 다양해서 어떤 스타일에도 어울리게 할 수 있다. 또 가방 끈을 조절하면 가볍게 들 수 있는 ‘클러치’가 되기도 하고, 사선으로 멜 수 있는 ‘크로스백’으로 변하기도 하며 손잡이를 살짝 드는 ‘토트백’으로도 들 수 있다. 아침 출근길 토트백을 저녁 약속의 클러치로 바꿔 들 수 있는, 활용도 만점 가방이어서 올가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이다.” 고소영·정우성 등 톱스타의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컨설팅 전문가인 정윤기씨의 말이다.

그가 가을에 주목하면 좋을 것이라 추천한 가방은 영국 브랜드 ‘버버리’에서 새로 나온 ‘크러시 백’이다. 가방을 비롯해 브랜드 전체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버버리 창조부문책임자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크러시’라는 이름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끈을 조절해 가방을 움켜쥐면 본래 모양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가방이 되고, (매력적인 모양이어서) 반할 만한 가방이란 뜻도 있다.” 영어 크러시(crush)는 ‘꽉 쥐어 잡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누군가에게) 반하다’라는 의미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3 송아지 가죽으로 된 ‘버버리 검정 빅크러시백’
4 프랑스 브랜드 ‘발렌시아가’에서 새로 나온 ‘르딕스’
5 황토빛 ‘버버리 크러시백’ [사진 각 브랜드]

패션 세계에선 한동안 ‘잇백(it bag)’ 열풍이 불었었다. 잇백이란 ‘꼭 가져야 할 가방’이란 의미의 영어 신조어로 어떤 브랜드의 특정 신상품 가방이 삽시간에 팔려나가 대유행을 이뤘을 때 이렇게 불렀다. 1990년대 중후반 몇몇 유럽 브랜드가 대중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잇백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뜸하던 잇백 열풍에 올가을, 버버리가 도전장을 냈다. 하트 모양이 점점이 새겨져 있어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크러시 백, 표범무늬와 버버리 특유의 체크무늬가 혼재돼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크러시 백과 금속 장식 ‘스터드’로 강인한 인상을 주는 크러시 백 등 총 10가지로 종류도 다양하다.

‘잇백’이란 용어는 어떤 가방이 크게 유행을 한 다음에나 부를 수 있는 명칭. 최근 수년간 이런 잇백 대열에 들 만한 가방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중의 취향이 다양해진 탓이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선호하는 게 점점 더 분명해 지다 보니 특정 유행 가방에 쏠림 현상이 덜해진 게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요즘엔 브랜드에서도 굳이 어떤 가방 하나만 내세우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가을엔 버버리처럼 잇백을 지향하는 액세서리가 하나 둘 눈에 띈다.

버버리 크러시 백은 하지원·윤은혜·김희애 등 스타들이 행사장에 들고 나오면서 대중의 시선을 끌고 있고 발렌시아가가 최근 내놓은 ‘르딕스’도 이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렌시아가 한국지사의 전지현 사장은 “디자인 총괄책임자로 젊은 스타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이 영입된 후 첫 작품”이라면서 “프랑스 파리의 명품거리 10번지에서 시작한 브랜드의 역사에 맞춰 프랑스어 10을 뜻하는 ‘딕스’를 가방 이름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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