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찾아가 혈압 체크하며 더위 잘 피하는 법 알려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천안시동남구보건소 직원들이 경로당 등을 방문해 노인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 동남구보건소]

연일 폭염은 계속되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폭염 특보가 이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최악의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각 지자체와 소방당국 등에서는 폭염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천안시동남구보건소 역시 폭염 건강관리를 위해 지역 내 취약계층을 찾아 다니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지역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애쓰고 있는 동남구보건소에서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들어봤다.

#1 지난 9일 오후 2시경, 천안시동남구보건소 직원들은 다가동에 사는 홍이쁜(82·가명)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지난 1월 뇌경색과 디스크로 인해 거동이 힘들지만 수발할 사람이 없어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기온이 34~35도에 달하는 무더위 속에서 할머니는 땀을 비오 듯 흘리며 기운 없이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보건소 직원들이 황급히 할머니의 체온을 측정한 결과 무려 38도까지 치솟고 있었다. 당황한 보건소 직원들은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작동시킨 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찾아 한 모금 마시게 하며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혈압과 혈당을 측정한 결과 할머니의 혈압은 95/70㎜Hg로 다소 떨어져 있었고 식사를 하지 않아 혈당이 80㎎/㎗로 체크됐다. 보건소 직원들은 할머니가 식사를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한 뒤 폭염시 건강관리 방법 및 대처법을 알려주고 부족한 영양보충을 위해 종합비타민 영양제를 제공했다. 또 이웃에 사는 주민에게 할머니의 상태를 알리고 아침, 저녁으로 안부확인과 위급 상황시 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도록 119나 1339를 안내하며 몇 번이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2 33도를 웃도는 12일 오후 1시50분경. 보건소 직원들은 천안시 신방동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김영순(80·가명) 할아버지의 안부가 걱정돼 집을 방문했다. 평소 고혈압·당뇨·관절염에 목디스크까지 앓고 있는데다 청각장애 5급으로 의사소통도 쉽지 않아 더욱 신경이 쓰이는 할아버지다. 다행히 이날은 할아버지가 폐지를 주워오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집안은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쪽방이라 오히려 바깥 공기보다 더 덥게 느껴졌다. 보건소 직원들은 잠시 안정을 취하도록 한 뒤 혈압과 혈당을 측정했다. 혈압 80/60㎜Hg, 혈당 65㎎/㎗. 보건소 직원들은 할아버지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찬 수건으로 팔다리를 닦아 준 뒤 한 시간쯤 뒤에 다시 혈압과 혈당을 측정했다. 혈압 100/70㎜Hg, 혈당 120㎎/㎗ 측정돼 한결 좋아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폭염특보가 계속되면서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고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 자칫 무더위 속에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폭염에 따른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천안시동남구보건소는 독거노인 및 거동 불편자 등 건강취약계층 2000명을 대상으로 직접 가정과 경로당 등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건강관리 활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동남건강관리과 황민자씨는 폭염이 며칠씩 이어지게 되면 건강취약계층의 건강 상태는 극도로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건강취약계층에게 무더위와 강추위는 견딜 수 없는 고통입니다. 누군가 곁에서 돌봐주지 않는다면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될 때는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이에 따라 동남보건소는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건강관리 활동을 통해 폭염피해를 최소화 하고 취약계층의 건강 보호를 위해 각 가정 및 경로당 등을 방문, 폭염시 건강수칙 안내와 개인별 건강 체크, 음식물 섭취시 주의점 등을 교육하고 있다. 또 지역 내 쉼터 등을 폭염시 대피할 수 있는 장소를 안내하는 등 무더위 속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노화에 따른 땀샘의 감소로 땀의 배출량이 적어져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 및 탈수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돼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노인들은 폭염으로 인해 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건강하게 여름을 날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노인들 역시 오후 2∼5시 사이의 폭염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진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