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51주 연속 하이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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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대기업 직원 이모(33)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결혼 비용이 크게 올라 고민이다. 예비 신부와 함께 점찍어둔 경기도 평촌의 아파트 전셋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이씨는 이곳 전용면적 58㎡ 아파트의 6월 전세 시세가 1억4000만원이었다는 것을 검색하고 중개업소를 찾았다. 이보다 조금 오른 가격에 계약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격은 1억6000만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다른 곳을 알아볼까 망설였지만, 가을 결혼시즌을 앞두고 이씨처럼 “전셋집을 미리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중개사 말을 듣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다른 결혼 비용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여름휴가가 즐겁지만은 않았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의 오름세가 1년 가까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이달 둘째 주(1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1주일 전보다 0.36% 올랐다. 이번 주까지 51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평균 4.14% 오른 것이다. 감정원은 가을 결혼시즌과 이사철을 앞두고 이씨처럼 매물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을 상승 원인으로 분석했다. 비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1주일 전보다 0.07% 올라 5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서울(0.42%)·경기(0.32%)·인천(0.38%)의 상승률이 평균치보다 높았다.

 함종영 한국감정원 책임연구원은 “수도권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고 있어 전세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 현상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은 민간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서도 전세가격이 1% 오르면 민간소비는 장기적으로 0.18%, 단기적으로 0.37%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상승과 반대로 아파트 매매 값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0.08%)은 11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지방에서도 0.01% 떨어졌다. 지방 아파트 값이 떨어진 건 25주 만이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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