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코뮤니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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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중공무역회담은 최근 욕설 코뮤니케에 합의함으로써 타결을 보았다. 무려 6주간이나 계속되어온 곡절 끝에 이루어진 일이다.
욕설 코뮤니케란 쌍방의 구설을 균등하게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중공은 욕을 하는 편이고, 일본은 그 욕을 듣는 편이다. 그러나 일본대표는 북평에서 이 공동코뮤니케에 순순히 사인했다.
AFP외전에 따르면 중공은 이 코뮤니케에서 지난해 11월의 닉슨-사또 회담을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것(닉슨-사또 코뮤니케)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침략근성을 중공·북괴 및 인도지나에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공은 또한 현정권의 사또수상이 『전 일본을 미국의 전쟁기구에 팔아 넘겨버렸다』고 학을 퍼부었다. 두말할 것 없이 일본헌법은 이른바 평화일념으로 거세되어 있다. 일본의 잠재적인 의지야 어떻든 그들은 헌법정신에 따라 군국과는 스스로 거리감을 느끼고 있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 일본대표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일본측은 중공의 이러한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사또수상이 오끼나와반환으로 전일본을 오끼나와화하는 위험을 감행한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중공측의 온갖 손짓에 OK, OK만 하는 격이다.
그러나 사또수상은 바로 그 다음날 의회에서 『그런 비판은 주은래의 개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마다로 치워버렸다. 북평과 동경의 두 일본인은 이처럼 제각기의 얼굴과 혀를 갖고있는 셈이다.
일본과 중공은 62년11월이래 LT무역의 형식으로 길을 터놓고 있었다. 이번 회담은 그 LT각서의 연장을 위한 것이었다. 경제용어상전엔 없는 LT무역이란 말이 시사하듯이, 그들은 정부의 암묵적 승인아래서 민간 베이스로 장사를 해왔다.
거래고는 일본의 총수출고의 3%정도.
그러나 단순한 상무의 코뮤니케가 정치일색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담담하게 욕설에도 서명을 한 것은 아시아정세의 신국면을 함축하고 있다. 미국·소련·일본·중공의 각기 다른 입장과 이해가 바로 아시아에서 응결되어 미묘한 사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그 틈바구니에서 지금 아크로바트(곡예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은 중공의 페이스에 스스로 말려드는 고등수학까지도 계산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LT=62년11월 일-중공무역회담 때의 일대표 고기달지조(T)와 중공대표 료승지(L)의 두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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