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냉기 조절 알아서 척척 … 가전제품 센서, 센스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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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김치냉장고인 ‘지펠아삭 M9000’. 3개의 도어센서와 4개의 내·외부 온도 센서, 수분측정 센서 등 총 10개의 ‘스마트 센서’가 달렸다. 외부 환경 변화를 알아서 감지해 냉기와 수분을 조절해 주고, 김치를 가장 맛 좋은 상태로 보관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진 삼성전자]

회사원 정선아(25)씨는 두 달 전부터 매일 퇴근 후 집에서 운동을 하다 최근 ‘냉방병’에 걸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러닝 머신을 뛰느라 에어컨을 ‘강풍’으로 맞춰놓았는데, 샤워를 하고 나오면 갑자기 집 안이 너무 춥게 느껴져 기침을 하고 몸을 떠는 일이 반복되면서다.

 하지만 2주 전 삼성전자의 스마트에어컨을 장만한 뒤부터는 그럴 일이 없어졌다. 에어컨에 달린 카메라 센서가 항상 이씨의 움직임을 포착해 운동할 땐 강풍 모드가 되고,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면 동작을 멈췄다가, 거실에 앉아 있으면 다시 덜 차가운 자연풍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이씨는 “샤워 후엔 급히 머리를 말리고 로션을 바르느라 에어컨 온도 조절을 따로 하기 번거로웠는데, 내 움직임에 따라 알아서 냉방 모드가 바뀌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척척 다해주는’ 똑똑한 가전제품이 늘고 있다. 제품에 부착된 센서가 진화하면서다. 3~4년 전만 해도 가전제품에 달린 센서는 과열될 경우 해당 제품을 켜고 끄는 수준의 기능만 있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가전제품들에 달린 센서는 주변환경까지 감지해 작동 모드를 조절하는 수준까지 정교해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스마트 센서’가 달린 가전제품들은 센서가 없는 제품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이 팔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센서를 장착해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식기세척기도 기름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밀레 식기세척기는 기름이나 양념이 많이 묻은 그릇을 넣으면 센서가 자동으로 이를 감지해 세제를 더 많이 넣고, 세척 횟수도 늘려준다. 또 세척할 때 사용되는 물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를 계산해 사용되는 물의 양을 최소로 맞춰주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LG전자 ‘디오스 식기세척기’엔 특화 기술인 ‘DD 모터 센서’가 장착됐다. 그릇 양이 많거나 오염도가 높을 경우 물살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해 맞춤세척이 가능하고, 물 사용량도 기존 제품보다 22% 나 줄였다.

 세탁기에 ‘세제를 얼마나 넣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 독일 밀레의 ‘허니컴 드럼세탁기’와 삼성전자의 ‘버블샷3’은 세탁물을 넣으면 세탁기 내부 센서가 자동으로 무게를 측정해 알맞은 세제 양을 투입해준다. 밀레코리아 측은 “세제를 필요량보다 과도하게 넣는 경우 깨끗하게 세척하기 위해 물과 전기를 과다하게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독일 생태연구소로부터 월 평균 세제 사용량을 약 30% 줄일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새로 나온 삼성전자의 청소기 ‘모션싱크’는 바닥의 먼지 양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센서가 달렸다. 자동 청소 기능이 달린 ‘로봇청소기’의 기술을 적용해 일반 청소기 센서에 적용한 것이다. 먼지가 많은 곳에 청소기를 갖다대면 청소기 본체 상단 램프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청소가 잘 돼 먼지 양이 기준치 이상으로 줄어들면 초록색 불로 바뀌는 방식이다. 청소기 필터에 달린 센서가 먼지가 들어오는 양을 측정해 이런 신호를 보내준다.

 김치냉장고가 알아서 김치의 ‘김장독 맛’을 살려주기도 한다. 삼성 지펠아삭 김치냉장고는 내·외부에 센서가 10개나 달려 냉장고 문이 열릴 때 온도와 습도 변화를 측정하고 김치가 가장 익기 좋은 냉기와 습도를 유지해준다. 또 김치가 가장 맛있는 상태로 숙성되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보관’ 모드가 맞춘다. LG전자의 디오스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역시 18개의 쿨링홀 센서가 있어 6분마다 냉기를 알맞게 순환시켜준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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