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개량신약, 미국 FDA서 첫 시판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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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개량신약이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다. 보건복지부는 7일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 캡슐’(사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개량신약은 특허약의 구조·성질을 바꾼 것으로 약효는 특허약과 같거나 더 좋다. 특허약을 그대로 복제한 제네릭과는 차이가 있다. 에소메졸은 미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정을 개량했다. 넥시움정은 미국 처방약 1위 제품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3조원어치가 팔렸다. 내년 5월 이 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복제약(제네릭)이 쏟아져 나올 전망인데, 에소메졸은 그때까지 시장을 확보하기 쉬워졌다.

 한미약품 박찬하 홍보팀장은 “원료를 미국으로 보내 전문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한미USA’ 상호를 달고 시판할 예정”이라며 “판매가는 특허약보다 낮은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판매는 제네릭 전문기업인 암닐이 담당한다. 한미약품은 에소메졸 개발에 6년여간 264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진출은 복지부가 국내 제약사의 북미 시장 인허가·마케팅 등을 돕는 ‘콜럼버스 프로젝트’ 덕을 봤다. 복지부 정은영 제약산업팀장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장은 확대하되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제네릭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 정책과 맞물려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소메졸은 시판 허가에 앞서 미국 뉴저지 지방법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2년간 특허소송을 벌여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합의(화해조서에 의한 합의)를 봤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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