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동백이 지면 거제 갯벌에 석화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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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몸의 전령은 거무튀튀한 바윗 들에도 내려 앉았다, 개나리와 동백이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릴 무렵이면 으례 거제도 갯가엔 온통 들꽃이 핀다.
이름하여 석화일. 썰물이 바짝 물러선 바윗돌에 은백, 회백의 갖가지 굴, 조개가 방실방실 껍질을 열어 젖히고 봄기운을 들이마신다. 잇달아 도란도란-굴따는 봄처녀의 도란거림에 회백의 화원은 금새 활기에 넘쳤다. 염도 낮은 거제해안에 착생한 목려과 굴은 9년생들-.
바쁜 아낙네들의 손놀림에 도려진 연한 생굴은「글리코겐」이며 혈당을 듬뿍 머금고 봄 식탁에 오른다. 이 바구니로 한아름 봄을 캐면 봄처녀의 혼수라도 마련되는가? 아직은 냉기가 서려 굴따는 손길은 차갑지만 이른봄을 개어 소쿠리에 담는 그들의 마음은 흥겹고 푼푼하다. 【글·사진=송영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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