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정전 60년, 우린 아직 휴전선을 지우지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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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0년 전 오늘 6·25 전쟁이 끝났다. 그러나 지금껏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가 가신 적은 없다. 1945년 미국과 소련이 임시로 설정했던 북위 38도 분단선이 1953년 지금의 휴전선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6·25 전쟁에서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은 역사상 첫 ‘이념을 앞세운 열전(熱戰)’을 벌였으나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후 공산 진영이 몰락할 때까지 휴전선은 항상 ‘3차 대전의 화약고’로 불렸다. 남북한은 바로 세계적 이념 대립의 첨병(尖兵)들이었다.

 21세기 들어 휴전선은 더 이상 이념 대립의 상징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휴전선을 마주한 남북한의 대립은 여전했다.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에서 일탈한 북한의 도발적 자세가 문제였다. 한때 남북한도 세계사의 흐름에 동참하려 했다. 휴전선에 인접한 북한 땅에 남한의 정부와 기업이 금강산 관광특구와 개성공단을 만들어 운영했다. 이마저 지금은 폐쇄돼 있다. 정전협정 60년을 맞는 오늘 안타까운 심정이 한층 절절하다.

 지난 60년 사이에 남한은 유수한 경제 대국이자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했다. 한국의 성장신화는 현대 세계사에서 ‘기적’으로 통한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공산 진영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다. 이에 비해 북한은 경제적으로나 인권의 측면에서나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국가의 하나로 전락했다. 이 역시 정전협정 60년을 맞는 오늘 한민족의 가슴에 절절한 한(恨)으로 맺힌다.

 북한은 오늘을 전승절(戰勝節)로 삼아 대대적 축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 역시 6·25 전쟁 참전국들과 함께 종전(終戰)과 대한민국의 방어를 기념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것을 기념하고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은 38도선이 휴전선으로 바뀐 날임을 잊어선 안 된다. 60년 전 체결된 정전(停戰)협정은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휴전선을 지워나갈 것을 우리에게 주문했다. 그러나 우린 아직 숙제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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