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연봉 CEO 몸값 낮추기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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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그동안 거액의 연봉을 받았던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를 삭감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영실적이 부진한데 비해 CEO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에다, 지난해 회계부정 스캔들 이후 최고경영자의 보상체계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미국 기업들 중엔 이사회에서 CEO의 연봉을 삭감하거나 CEO 스스로 일부 연봉을 반납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뉴욕 월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샌포드 웨일 시티그룹 회장은 최근 지난해 자사 주가가 25%나 떨어짐에 따라 상여금을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코카콜라도 고위 경영자에게 제공해온 추가 보상과 퇴직연금제도를 각각 폐지키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올 봄 연례 주총을 앞두고 경영자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을 우려해온 투자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잭 웰치 전 회장의 퇴직보상 스캔들이 문제가 됐던 GE는 고위 경영자 5명에 대해 지급해왔던 '특별보상제도'를 폐지했으며 코카콜라는 더글러스 대프트 CEO를 포함한 3명의 고위경영자들에게 지급해온 특별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7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통신회사 월드컴은 당국이 개입해 연봉을 줄인 케이스다. 마이클 카펠러스 CEO는 취임 당시 3년간 2천5백만달러를 받기로 했으나, 파산법원을 대표한 관선이사가 제동을 걸어 액수가 2천만달러로 깎였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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