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확인…상부 보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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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대북 송금액 2억달러가 중국은행 마카오지점 북한 계좌에 입금됐다는 사실을 북한 측이 확인한 날은 2000년 6월 12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마카오의 북한 조광무역 총지배인 박자병(朴紫炳)이 이날 평양에 보고한 전화를 감청했으며, 이 같은 사실은 국정원 내 보고채널을 통해 상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2억달러 송금일은 6월 9일이고,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루 연기하자고 통보해온 날은 6월 10일"이라며 "따라서 현대의 대북 송금은 정상회담의 대가가 아니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북일정이 하루 늦춰진 것은 입금이 늦어졌기 때문이 아니다"는 임동원(林東源)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17일 "2억달러가 외환은행 본점 영업부를 통해 중국은행 홍콩지점 북한 계좌에 송금된 시점은 6월 9일 오후 5시30분쯤으로 사실상 10일 송금된 셈이었으나, 그 돈이 다시 홍콩에서 마카오의 북한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북한 측이 최종 확인한 때는 12일 오후였다"고 밝혔다.

통상 국내은행에서 외국 계좌로 보낸 돈의 입금 확인은 송금 후 최소 하루가 지나야 하는데 6월 10일은 토요일, 11일은 일요일이어서 송금 확인이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박자병은 입금을 확인한 뒤 곧바로 평양에 전화를 걸어 '나머지 것도 들어왔다'고 보고했으며, 국정원은 이 통화내용을 감청했다"면서 "국정원 감청팀은 이 내용을 상부에 알린 만큼 林원장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당시 林원장이 알았다면 金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林특보는 지난 14일 "국정원 관계자에게 2억달러 송금을 위한 환전 편의 제공을 지시했을 뿐 정상회담에 전념하고 있을 때여서 보고받지도 못했고, 관심도 갖지 않았다"며 "2억달러는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에 대한 대가의 일부"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林특보의 주장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정원이 당시 북한 측 통화를 감청했다는 제보를 국정원 관계자에게서 받았으며, 감청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확인했다"면서 "2억달러가 현대의 대북 사업과 관련된 돈이라면 국정원이 송금을 위한 환전 편의를 제공한 데다 감청까지 할 이유가 없다"며 "2억달러는 정상회담 대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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