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없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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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냉전 이후 미국, EU, 일본 등 서방이 주도해 왔다. 그 중심에는 독자적인 브랜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기업이 있다. 다국적 기업의 등장으로 글로벌 경제에는 가치사슬의 수직적 통합 구조가 자리잡게 된다. 핵심분야는 선도기업이 담당하고 비(非)전문화된 부분은 아웃소싱(outsourcing)을 통해 분업화 되었다. 이런 구조를 통해 기업은 세계로 시장을 넓힐 수 있었다.

중국은 저(低)부가가치 영역인 상품의 생산 공정을 담당하면서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약 9%의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했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의 질적 발전은 뒤쳐져있다. 세계 시장으로의 이행은 시작단계다. 중국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했지만 세계 질서를 견인할만한 역량은 부족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요인으로 외자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 낮은 대외투자 비중을 꼽는다.

다국적기업의 대 중국 투자는 90년대에 들면서 더욱 가속화 됐다. 2009년 한 해 무려 782억 달러에 달하는 호조를 보였다. 자연스럽게 외국 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2007-2009년 데이터를 보면 외국기업은 중국 산업 부가가치의 약 28%를 차지했다. 중국 전체 첨단기술 산업 생산량 및 수출의 각각 66%,, 55%가 외자기업의 몫이었다. 특히 외자기업은 중국 첨단기술 상품 수출의 약 90%를 담당했다. 중국은 여전히 저(低)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반면 다국적기업들은 주요 R&D영역을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자기업의 중국 진출 이후 외자기업의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 및 기술파급(technology spillover)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국적 기업의 세계 1400여개 기업 가운데 R&D 지출의 80%는 주요 선진국의 100여개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해외투자 비중도 매우 낮다. 중국은 개혁 이후 자국 기업 성장의 일환으로 “해외진출(走出去)전략을 펼쳤다. 해외 유수기업과의 적대적 M&A 및 대외투자는 중국기업의 글로벌화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는 전 세계 규모에 비해 매우 작게 나타난다. 1990년 2조1000억 달러에 그쳤던 세계 FDI 총액은 2012년 23조60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중 79%가 주요 선진국으로 몰렸다. 2012년 해외직접투자액은 미국과 영국은 각각 5.2조 달러, 1.8조 달러였고, 중국은 5090억 달러에 그쳤다. 게다가 대외투자액의 68%는 홍콩에 집중되었다. 즉, 중국의 대외투자는 적대적 해외 인수합병(M&A)를 통해 소기의 성과는 있었지만, 그 규모는 주요 다국적기업에 뒤쳐져 있는 상태다.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중국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올해에만 미국 포브스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132개 기업이 선정되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선진 기술과 자본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력 발전에 필요한 자주적 혁신(自主創新) 능력도 부족하다. 따라서 중국이 세계를 사들이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중국을 벗어날 수 없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은 산업 발전과 함께 나라의 경쟁력을 발전시켜왔다. 반면 중국은 정부 주도 전략에 따라 성장해 왔다. 나라 전체가 산업을 이끌어 온것이다. 결국, 중국에 진출한 대다수의 외국 기업들은 거대한 중국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수요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통합의 과정이다. 세계 경제를 생각할 때 이는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조용히 그 변화를 지켜보자.

출처= Financial Tiems
정리= 홍두리 중국연구소 연구원 do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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