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증권사 이해 엇갈려 … 끊이지 않는 ELS 주가조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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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LS가 좋다고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다. 펀드와 달리 금융회사와의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돈을 받아 금융회사가 굴리는 펀드는 기본적으로 고객과 금융회사의 이해가 일치한다. 수익과 관계없이 일정한 수수료를 떼기는 하지만 펀드 판매가 수익률과 직결돼 있어 금융회사들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반면 ELS는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증권사가 약속된 금리와 원금을 만기 또는 중도에 돌려줘야 한다. 증권사와 고객의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 이런 점을 주목한 검찰은 2008년 증권사의 ELS 운용 실태를 수사해 10여 건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이 칼을 겨눈 건 증권사들의 델타헤지였다. ELS 발행으로 받은 고객 돈으로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산다. 이때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일정한 수익을 얻기 위해 델타헤지라는 전략적 매매기법을 구사한다. 이 부분을 검찰은 문제 삼았다. 지난 3월에도 서울 남부지검은 홍콩에 소재한 투자은행의 트레이더 A씨를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6월 12일 한국의 모 증권사로부터 인수한 ELS상품이 조기상환이 유력해지자 해당 종목에 대해 대량 매도 주문을 내 조기상환을 고의로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아직 증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은 국내 모증권사 파생상품 트레이더 B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B씨는 포스코와 SK에너지가 기초자산인 ELS를 운용하면서 조기상환이 다가오자 고의로 매도 주문을 내 주가를 떨어뜨린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증권사가 얻은 이익이 없어 주가조작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2008∼2009년 논란이 많았던 델타헤지는 이후 금융감독원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지금은 많이 정비됐다. 물론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나영철 변호사는 “설사 주가를 떨어뜨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주가 하락 가능성은 알고 있을 것이므로 주가 조정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된다”며 “적어도 주식을 팔 때 상환 조건 가격 아래로는 팔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도 ELS에 관한 상세 규제를 하지 않는다”며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있는 만큼 시장의 자정과 내부 규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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