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철도 철로 부품도 시험성적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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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부·호남선 고속철도(KTX)를 인천공항까지 연결하는 ‘인천공항철도 연계시설 확충사업’ 추진 과정에서 철로 부품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철도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속철도와 공항철도를 연결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선 공항철도 레일 위에 KTX가 다닐 수 있도록 침목 등 부품들을 바꿔야 했다. 당시 독일산 철로 부품 수입사 AVT는 이 사업 납품을 타진했다. 이에 철도시설공단은 AVT에 부품 시험성적서 등 관련 서류를 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VT는 이를 거치지 않고 따로 자문계약을 맺은 철기연 박모 책임연구원에게 문의했다. 박 연구원은 본인이 직접 시험을 실시했다며 AVT사에 시험 결과 내용과 성적서 제출 양식을 e메일로 보냈다. AVT는 이 시험 결과를 철기연이 공식 발급한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공단 평가위원들은 접수·발급번호와 시험일자가 적혀 있지 않은 시험 성적서를 이상하게 여겼다. 공단은 경위를 파악했고 약 두 달 뒤 철기연이 발급한 공식 성적서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

 철기연은 자체 감사에서 박 연구원은 “AVT로부터 시급하다는 요청을 받고 요약 시험 결과를 송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후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고 타 부서로 전출됐다.

 철도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품 시험 성적서가 조작된 사건인데도 박 연구원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가 가볍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8월 AVT의 신청서를 반려하는 것으로 사건을 끝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부엔 보고하지 않았다. 사건에 대한 은폐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토부 구헌상 철도투자개발과장은 “당시엔 시험성적서 조작보다는 공문을 일반자료 형태로 낸 것이 문제가 됐다”며 “문제가 된 회사의 제품은 이번 공사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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