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키운 DJ 해명] 3. 대출전 환전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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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가 북한에 보낸 2억달러의 출처는 산업은행 대출금이다.

현대는 산은에서 4천억원을 대출받아 이 중 2억달러를 북한에 보냈다.

감사원이 밝힌 내용이다. 이 대목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불일치'가 있다.

산은이 4천억원 대출을 승인한 날은 2000년 6월 7일이다. 임동원 대통령특보는 현대 측의 환전 편의 제공 요청을 6월 5일께 받았다고 했다. 이날은 산은 내부에서 4천억원 대출 건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그렇다면 현대는 산은에서 대출 승인이 떨어지기도 전에 국정원에 환전 편의부터 부탁해놓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현대가 산은의 대출을 1백% 확신하고 있었다는 방증이 된다.

현대는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고,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물론 어느 은행도 현대에 신규로 대출해주길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였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정황을 들어 정부와 현대 간에 '사전 밀약'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북송자금을 산은에서 대출해주기로 사전에 정부가 현대에 약속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금융계 관행상 산은의 대출이 너무 수월하게 이뤄졌다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현대상선이 산은에 대출신청서를 낸 것은 6월 5일이다.

따라서 대출신청-환전편의 요청-대출 승인-대북 송금의 전과정이 단 4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셈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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