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남·광주은행 매각, 정치·지역 논리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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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금융 민영화가 오늘 첫 단추를 꿴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 계열인 경남·광주은행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 희망자를 받는다. 두 지방은행의 예상 매각가는 각각 1조1000억~1조2000억원 선. 약 10조원으로 추산되는 우리금융 전체 몸값에 비하면 그리 큰 덩치는 아니지만 우리금융 매각 성공 여부가 여기에 달렸다. 자칫 정치논리나 지역논리에 휩쓸릴 경우 두 지방은행은커녕 전체 우리금융 매각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벌써 조짐이 심상찮다. 경남·울산에선 지난 주말 지역 정치인·경제인 1만5000여 명이 모여 ‘경남은행 지역환원 촉구 시·도민 결의대회’를 열고 “경남은행을 원래 고향으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나서 “부산·대구은행이 인수하면 경남은행에서 도(道) 금고를 빼겠다”며 경제 논리에 앞서 정치적 결단을 주문했다. 광주에서도 지역 상공인이 모여 ‘지역 우선 협상권’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정치·지역 논리 배제, 최고 가격 낙찰 원칙”을 밝혔지만 전혀 아랑곳 않는 셈이다.

 사실 이런 정치·지역 역풍은 예견됐던 바다. 역대 정부가 우리금융을 굳이 통째 매각하려 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컸다. 전임 금융감독 수장은 “지방은행을 떼내 팔려다간 정치적 역풍을 맞아 매각 자체가 무산될 것이란 우려가 많아 일괄 매각을 추진해야 했다”고 말했다. 떼내 팔면 인수자 찾기나 매각 성공 가능성이 컸겠지만 ‘정치적 고려’상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김대중 정부부터 치면 4개 정권에 걸쳐 해결을 못 본 난제 중 난제다. 매각 시기를 놓치거나, 특혜 시비를 우려해 어느 정부도 책임 있게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금융엔 낙하산 인사가 관례화되고 한국 금융의 경쟁력은 20년 넘게 뒷걸음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경남·광주은행 매각을 우리금융 민영화의 첫 단추이자 마지막 단추란 각오로 원칙대로 추진하기 바란다. 또 정치·지역논리에 휘둘렸다간 박근혜 정부 5년의 한국금융도 뒷걸음쳤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