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음악은 시였다 … 한국 인디음악에 보내는 연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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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당신이 들리는 순간
정강현 지음
자음과모음, 268쪽
1만3000원

문자 시대 이전 시와 음악은 한 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음악과 문학 모두를 향한 지은이의 뜨거운 열정이 촉발한 하나의 실험이다.

 부제는 ‘인디 음악의 풍경들’이고, 띠지에는 ‘언니네이발관에서 장기하와 얼굴들까지 인디 밴드의 모든 것’이라 적혀 있다. 틀리진 않지만 충분친 않다.

 이 책은 홍익대 인근 뮤지션 서른 팀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대한 연서의 묶음이다. 누구든 일단 봉투를 하나씩 열어 읽기 시작한다면 마음을 허락할 수밖에 없을 반짝이는 문장을 손글씨로 눌러 쓴 편지 같다. 이를테면 여성 듀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를 듣는 순간의 감정을 지은이는 이렇게 적었다.

 “아무렴, 그렇겠지. 술은 마음을 감전시키는 액체니까. 감전된 마음에 음악을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버티겠는가. (중략) 그럴 때 음악은 위로이자 위안의 목소리다. 이 목소리 덕분에 내일이면 삶에 또다시 패배할 줄 뻔히 알면서도 괜히 더 살고 싶어지는 것이다.”

 지은이는 자신이 사랑한 인디 음악을 죄다 ‘시(詩)’라고, 혹은 적어도 시적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 언어로 빚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찬사를 보낸다.

 음악이 삶과 동떨어지지 않듯, 음악에 대한 글도 삶과 멀지 않다. 특히 찬란한 만큼 그림자도 짙은 청춘을 쓰다듬는 문장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마이 앤트 메리의 보컬 출신인 정순용이 밴드와 별도로 밥벌이를 하기 위해 음반 회사에서 기계적으로 CD에 라벨을 붙이고 등짐을 져 나르던 시절이 있었단다. 어느 날 문득, 이 수많은 앨범 중 왜 내 CD는 없을까 부아가 치밀어 직장을 때려치웠다. 그는 음악을 더 절실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토마스쿡’으로 이름도 바꿔 음반을 냈다.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절실한 사람에게 번번이 패할 수밖에 없다.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일부를 걸지만, 절실한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 때문이다. (중략)그러니까 토마스쿡은 절실함의 이름이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라면 왜 하필 인디여야 하는가. 책머리에 답이 있다.

 “나는 예술가의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전시키는 능력에 달렸다고 믿는다. 음악 예술에서 감전의 능력치를 따질 수 있다면, 홍대 둘레의 뮤지션들이 맨 앞자리를 차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책에 나오는 음악을 찾아 들으며 읽길 권한다. 음악과 글에 동시에 감전되면 속수무책일 수 있겠으나.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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