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과제로 이슬람서적 지정한 미국 대학 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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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내준 여름 학기 읽기 과제가 수정헌법1조를 침해했다며 3명의 대학생과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가 채플 힐에 소재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UNC)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익명의 신입생 3명과 가족정책네트워크(FPN)라는 단체는 월요일(이하 현지사간) 그린즈버러 지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버지니아에 본부를 둔 가족정책네트워크는 대중을 상대로 도덕적 가치 회복을 추구하는 비영리 단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은 모든 신입생과 편입생이 여름 학기 동안 한 권의 책을 읽고 개학 첫 주 토론을 위해 1쪽의 보고서를 준비하도록 과제를 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은 UNC가 학생들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했으며, 신입생들과 편입생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슬람을 공부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종교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수정헌법1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가족 정책 네트워크의 조 글로버 위원장은 "우리는 대학 측이 잘못을 스스로 통감하고 이를 송사없이 교정하기를 희망해왔다"며 "불행하게도 이를 둘러싼 논쟁은 학생들의 내면에 깊게 자리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학생들을 나누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글로버 위원장은 과제로 지정된 책이 논쟁의 소지가 있는 코란의 구절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CNN에 말했다. 여름 학기 읽기 과제로 지정된 책은 여성, 유대인, 그리고 기독교도를 취급하는 것과 관련된 코란의 구절들을 담고 있다.

그는 이슬람교도는 유대인이나 기독교도를 친구로 사귀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는 코란의 5장 51절과 불신자와 이교도들에 대한 핍박을 묵인하는 내용을 담은 9장5절을 실례로 들며 반대 이유를 제시했다.

"살만 루시디 또는 그와 같은 비판적 입장의 저자가 쓴 책을 읽는 것은 학생들에게 주장을 비교해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 그루버 위원장은 9·11 테러를 언급하며 "그러나 비행기를 빌딩에 부딪히게 만들어 한 번에 3천명의 미국인을 몰살하도록 사람들을 선동한 종교의 진실에 대해 학생들의 눈을 가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학측은 화요일 저녁까지 이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학교측은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여름 학기 독서 프로그램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만약 코란의 일부분을 읽는 것이 스스로의 신념을 침해하기 때문에 과제를 읽는 것에 반대하는 학생이나 학생 가족이 있다면 그들은 그 과제를 읽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학교측은 대신 학생들은 왜 지정된 책을 읽지 않았는지에 관해 1쪽의 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버 위원장은 학교 측의 이런 옵션은 이슬람에 반하는 종교관을 가진 학생을 이슬람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거나 심정적으로 이에 동의하는 학생, 교수, 교직원들과 대립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측은 신입생들이 결속하고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신입생이 그와 같이 행동하기를 원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글로버 위원장은 가족 정책 네트워크가 불특정 학생을 상대로 고소인을 모집했으며 몇몇 학생들이 소송에 고소인으로 나서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소송에 끝까지 함께 한 3명의 대학생들은 신앙심이 깊은 개신교, 가톨릭, 그리고 유대교 신자로 두 명은 남학생, 다른 한 명은 여학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송에 참여한 세명의 학생들이 학교측의 과제에 반대하는 것은 제쳐 놓고라도 일부 교수진의 보복과 동료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은 홈페이지를 통해 여름 독서 프로그램은 최신 화제를 놓고 토론과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신입생들에 공동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로 9·11 테러 이후 고조된 이슬람에 대한 서구의 오래된 관심을 들었다.

학교측은 "'코란으로의 초대'라는 책은 결코 정치적 서적이 아니며 이 책에 담긴 도덕적 사고에 대한 환기는 대부분의 대학생이나 사려 깊은 성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1999년에 출판된 이 책은 하버포드 대학에서 이슬람, 비교 종교학, 그리고 중동 시문학을 가르치는 종교학 교수 미첼 셀스가 번역·소개한 책이다.

GREENSBORO, North Carolina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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