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2~3단계 줄여 고기 값 주변 식당의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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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시 삼정동의 한우 전문 식당인 안심한우마을. 지난 2일 오후 9시쯤 들른 식당은 한산한 주변 고기집과 달리 회식하는 직장인들과 가족 단위 고객들로 꽉꽉 들어차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곳 서의식 관리이사는 “고기 값이 주변 식당은 물론 웬만한 정육점보다 싸고 농협에서 공급한 100% 한우만 쓰니 믿고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안심한우마을 부천점은 이날 한우 1등급 등심을 100g당 8900원에 팔았다. 똑같은 한우 등심을 1만6000~1만8000원에 파는 주변 식당의 절반 수준이고 인근에 있는 한 정육점의 판매가 1만600원보다도 훨씬 쌌다. 가족과 함께 식사 중이던 김인식씨는 “식당에서 먹는 한우 값이 정육점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하니 외식할 때는 꼭 여기에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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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쇠고기 전문식당인 안심한우마을이 싼 가격으로 식당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한우 고기 값이 웬만한 식당의 절반에 불과해 바가지쓸 염려가 없고, 농협이 공급한 한우만 팔기 때문에 한우로 둔갑한 수입산을 속아서 먹을 우려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안심한우마을은 서울 길동점과 경기도 부천점·안양 비산점·성남 청계산점, 전남 광주 신창점 등 5개가 있다. 농협 이용하 경제전략팀 과장은 “식당 주인들이 모두 안심한우마을로 바꾼 뒤 장사가 잘된다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한우마을의 한우 값이 주변 식당보다 싼 것은 농협이 직접 도축·가공한 한우고기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농협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는 “농협은 지난해 하반기 축산물가격 안정을 위해 자체 브랜드인 ‘안심축산’을 내놨다”며 “일반 식당이나 정육점 중 우리가 제공하는 축산물만 취급하면 안심축산물 상호를 쓸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축산물의 종류는 한우와 돼지, 닭, 오리 등으로 물론 100% 국산이다. 안심한우마을은 이 중 한우만 취급하는 식당에 붙이는 상호다.

 농협이 한우·돼지 등의 축산물 공급가를 낮출 수 있었던 것은 복잡한 유통 단계를 확 줄였기 때문이다. 보통 축산물이 소비자한테 가기까지는 수집상이 농가에서 소·돼지 등을 사들인 후 도축장, 경매, 가공, 중간도매상, 소매상 등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농협은 직접 농가에서 소·돼지 등을 사들여 도축·가공한 뒤 식당과 정육점 같은 소매상에 공급한다. 남 대표는 “유통 구조를 2~3단계 축소했더니 유통마진이 20% 정도 절감됐다”며 “농가는 제값을 받고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많이 소비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내 전체 쇠고기 소비량 중 농협이 공급한 안심한우 비중은 11%(9만2000두) 정도다. 돼지는 5% 남짓(65만6000두)이다. 농협은 2020년까지 안심한우 비중을 전체 쇠고기 시장의 50%까지, 한돈은 돼지고기 시장의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남 대표는 “안심축산물을 취급하는 식당과 정육점이 들어서면 인근 경쟁 업체도 가격을 따라 내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이 유통 단계를 줄여 한우나 돼지고기 등을 공급했더니 주변 상권의 가격 하향 안정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더라는 것이다.

 현재 농협의 안심축산물을 취급하는 곳은 안심한우마을이 5곳, 전문 정육점이 300개 정도다. 농협은 우선 안심한우마을은 올해 말까지 7개, 2016년까지는 11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안심축산물 전문 정육점도 연말까지 500개로 확장하고 2016년엔 1000개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남 대표는 “서울의 경우 25개 구별로 한 곳씩만 안심한우마을이 생겨도 한우고기 값이 확 내려갈 것”이라며 “또 농협이 보증한 100% 국산 쇠고기나 돼지고기만 파니까 소비자도 믿고 드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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