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자동차 여행: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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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주 나체즈에서 내슈빌까지 이어지는 인디언 역사의 흔적을 따라가보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국립공원국이 관리하는 인적이 드문 최상의 경관지 블루 리지 파크웨이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국립공원국의 관할 하에 있는 또 하나의 길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에 대해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NTP)는 미시시피주 나체즈에서 테네시주 내슈빌에 이르는 443마일 길이의 도로다. 도로 계획 입안자와 기술자들에 의해 경로가 정해진 블루 리지 파크웨이(BRP)와는 달리 NTP는 미국이 건설되기 전부터 있던 도보길인 구 나체즈 트레이스 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구 나체즈 트레이스는 1820년대 증기 보트가 등장해 더이상 쓸모가 없어질 때까지 사람의 왕래가 잦은 중요한 길이었다.

이 NTP는 1938년에 만들어졌다. BRP와 마찬가지로 멈춤 신호와 신호등이 없으며 속도는 시속 45마일로 제한된 2차선 아스팔트 도로다. 또한 번호가 붙은 표시석이 몇 마일을 지났는지를 알려준다. 특히 덩굴을 늘어뜨리거나 스페인 이끼로 덮인 나무가 늘어선 NTP의 최남단으로 이어지는 농촌지방은 사랑스럽다. 게다가 NTP 그 자체에서나, 가까운 마을에서나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체즈에서 내슈빌에 이르는 이곳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들이 여럿 있다.

에메랄드 마운드

미국 곳곳에서 인디언 부족의 이름을 딴 미국 원주민의 고분을 볼 수 있지만 미시시피에는 특히 많은 고분이 있다. 에메랄드 마운드는 잔디가 덮인 거대한 고원으로 NTP 남단 종점 부근 10.3마일 표시석 부근에 위치해 있다. 이 에메랄드 마운드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인디언 고분이다. 이 고분의 규모는 바닥 면적이 가로 770X435피트이며, 높이가 35피트에 달한다.

에메랄드 마운드는 1250~1600 사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도보로를 통해 관광객들은 이 고분에 올라올 수 있다. 추론에 입각해 만든 전시품들을 통해 이 고분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이곳에서 거행된 시신과 부장품들 매장식이 어떠했는지 보여준다.

성큰 트레이스

NTP가 구 나체즈 트레이스 길과 유사하다고는 해도 구 나체즈 트레이스 그 자체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구 나체즈 트레이스의 일부분이 보존되어 왔으며, 과거와 가장 유사한 곳은 41.5마일 표시석 지점의 성큰 트레이스다. 성큰 트레이스는 차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200야드 길이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오면 다른 세상에 온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이곳은 이름이 보여주듯 땅 안쪽으로 깊숙이 침식해 있어 거대한 도랑이나 수로처럼 보인다. 이곳의 지벽(地壁)과 머리 위를 덮은 나무가지들은 고립감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유럽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전에 나체즈 길을 가로지르고 있다고 상상하며 이 길을 걷다보면 놀랄만큼 쉽사리 황홀경을 맞볼 수 있다.

록키 스프링스

NTP의 55마일 표시석 부근에 위치한 록키 스프링스는 유령 마을로 탐험가들을 매혹하는 곳이다. 1837년에 세워진 이 마을은 1860년대까지는 번영했으나, 이후 몇 차례의 재앙이 시작됐다. 남북 전쟁 당시 남부 연합군들이 약탈을 자행하는가 하면, 황열병이 창궐해 마을 사람들이 죽어갔다. 면화 바구미 때문에 면화 수확에 큰 손실을 입었으며, 마을의 샘(spring)은 말라 버려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1920년까지 록키 스프링스는 죽은 마을이었다. 남은 것이라곤 약간의 가공품들과 몇몇 건물들의 흔적 그리고 대단히 훌륭한 묘지가 딸린 교회 한 채 뿐이었다. 이것들은 역사 전시물로 보존되어 NTP를 여행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것이 되고 있다.

미시시피주 잭슨시

NTP는 미시시피의 주청사를 비롯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잭슨시를 관통한다. 이중 가장 볼 만한 것은 구 국회의사당 건물(캐피톨가와 스테이트가 교차점)이다. 이 건물은 웅장한 그리스 건축물을 본따 1838년에 건립됐으며, 1903년까지 사용됐다. 지금은 그 자체가 박물관이 돼 미시시피 역사에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시시피주의 농경 유산을 보여주는 미시시피 농경·임학 박물관(1150 Lakeland Drive)도 가볼 만하다.

투팔로 전투장

1864년 7월13~14일, 북부 동맹군의 네이선 베드포드 포레스트 장군은 유명한 부대를 이끌고 애틀랜타를 향해 진군하는 윌리엄 T. 셔먼 장군의 주요 보급로인 철로를 차단하려고 했다. 이를 막기 위해 A.J. 스미스가 이끄는 연합군이 포레스트의 분견대와 격돌했으나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투팔로 전투장은 격전이 벌어진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곳에는 전몰자 기념비와 몇 개의 짧은 도보로가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생가

록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두 도시는 그가 살았던 멤피스와 속악한 대중 예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라스 베이거스다. 그러나 엘비스는 미시시피주 투펠로에서 태어났고 그가 어린 시절 살던 집은 '성지'로 보존되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엘비스의 아버지가 단돈 200달러로 방 2개짜리의 이 수수한 집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의상과 기념품 등을 비롯한 엘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들이 진열돼 있다.

Paul Lukas NASHVILLE, Tenn. (CNN/Money)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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