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여파로 아프리카 에이즈 정책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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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 정부는 세계 최고의 에이즈 감염률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 어린이들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보츠와나는 미국의 텍사스주보다 작은 나라다. 그러나 보츠와나는 전 세계에서 인구 당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률이 가장 높은 아프리카 국가이다. 보츠와나의 성인 인구 가운데 약 40%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 감염자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감염자 중 극소수 만이 죽음을 면할 수 있는 약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보츠와나는 운이 좋다. 아프리카 남부의 내륙 국가들은 최상질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고장으로 전세계에 명성이 높다.

보츠와나의 보건부 장관 조이 푸마피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야만 한다"며 "2016년까지 더 이상 새로운 감염자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정부의 프로그램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작년에 거의 죽을 뻔 했던 시나흐 크와라가씨는 "에이즈 약이 나의 생명을 구했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에게 약을 먹으라고 적극 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이아몬드처럼 보츠와나의 에이즈 프로그램도 값싸지 않다. 프로그램을 위해 앞으로 4년에 걸쳐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80%를 부담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때 9·11 테러가 일어났다.

9·11 테러의 충격파는 보츠와나에서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테러의 결과로 미국 시장에서 다이아몬드 매출은 하락했고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에이즈에 대한 전쟁 능력을 약화시켰다.

푸마피 장관은 "우리는 다이아몬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매출이 하락하면 우리 에이즈 프로그램의 질과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같은 나라의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사면서 다음을 상기해주길 바란다.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때 그들은 보츠와나의 어린 생명을 구하게 될 약을 공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보츠와나 정부 관료들은 다이아몬드의 매출 하락이 일시적이길 희망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이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깨닫게 되길 바라고 있다.

BARCELONA, Spain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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