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정폭력 엄하게 처벌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폭력과 가정폭력은 과연 다른 것인가. 개그우먼 이경실씨에 대한 남편의 폭행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의 매를 피해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다 끝내 주부가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잇따라 일어난 이 비극적인 사건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폭력 행위를 일반 폭력과 구별지으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여성의 전화'등 매맞는 아내의 문제를 제기한 여성단체들의 끈질긴 요구로 1998년 제정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건만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는 요원하다.

관련 기관 상담 건수는 매년 50% 이상 늘고 있지만 고소.고발 등 사법처리로 이어지는 것은 고작해야 2% 안팎에 불과한 것이 그 증거다. 피해 당사자나 그 법정대리인에 의해서만 고소가 가능한 까닭이다.

'10분에 1명꼴'로 얻어맞는다는 가정폭력은 폭행 관련자들이 남편-아내, 부모-자식, 가까운 친인척이라는 점만 빼놓으면 야구방망이나 골프채, 칼 같은 흉기까지 등장하고 신체적 피해 정도도 심하다는 점에서 결코 일반 폭력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 가정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수치감으로 외부에 알려질까봐 두려워하는 상대의 심리를 노려 더욱 가혹하게, 지속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일반 폭력보다 훨씬 악랄하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부른다. 가벼운 손찌검에서 시작된 폭행은 주먹에서 흉기로 점차 도를 더해 간다. 더욱 무서운 것은 폭력이 폭력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어머니건, 아버지건, 부모건, 자식이건 가정에서 누군가 맞는 것을 보거나 맞고 자란 아이들은 무의식 속에 폭력을 문제 해결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가정에서 일어난 폭행 행위는 일반 폭력 행위와 다를 게 없다. 가정의 안온함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선 누구든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가정폭력도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