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대화록 논란 계기로 국가기밀 관리 개선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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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으로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불행한 일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그제 당내 회의에서 “지난해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 봤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오후 들어 “원문이 아니라 (자체) 문건을 본 것”이라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대선 5일 전 부산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라며 “북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북측의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적도 있다” “남측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헌법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 당일 같은 당 정문헌 의원도 서울에서 유사한 주장을 했다.

 모두 대화록에 있는 내용들이다. 새누리당이 대화록을 입수했거나, 입수에 준하는 수준으로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대화록이 공개된 후 보니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국기를 흔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휘발성이 큰 소재이긴 했다. NLL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식이나 미국·일본 관련 부적절한 발언, 대북 저자세 등은 영토와 헌법을 수호하고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선서한 대통령이 맞나 싶을 정도다. 지금의 혼란도 뿌리를 캐들어가면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있다.

 그렇더라도 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밀이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잘못된 발언도 국가기밀인 채로 유지된 상태로 바로잡혔어야 했다. 국가기밀이 이렇게 쉽게 통째로 유통·활용된다면 정상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 기회에 국가기밀 관리 시스템을 총점검해야 한다. 회의록이 대통령기록관엔 30년 밀봉하는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국가정보원엔 공공기록물(2급 비밀)로 보관되는 ‘2중 지위’ 문제도 말끔하게 해소돼야 한다. 국정원장이 이번처럼 기밀해제해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면 어느 대통령이 선뜻 국정원에 기록을 넘기겠는가. 국정원 보관본도 극소수만 접근하고 자의적 기밀해제가 불가능하도록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장관급 국립기록관리청을 두고 비밀 관리를 체계화한 미국 시스템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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